[데스크칼럼] 요소수 사태 , 직을 걸어라

입력 2021-11-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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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중국발 요소수 품귀 사태에 기업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대기업 총수를 비롯해 관련 기업들이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 일본 등과 요소수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는 희소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희소식에도 현장에선 여전히 요소수 품귀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요소수 사태 확산은 ‘지나친 공포심 조장’에서 비롯됐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이 같은 불안감을 불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어서 정부의 늦장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은 호주와의 외교 분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었다. 이 여파로 중국은 상반기부터 10년 만에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다. 중국 석탄 대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는데,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평가다.

특히 현지 외교 최일선에 있는 장하성 주중한국대사의 늑장·부실보고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초병 역할을 해야 할 주중 한국 대사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주요 20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요소 수급 문제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아 적기 대응을 놓쳤다고 한다.

2019년 3월 말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어를 잘하는 중국통이라며 장 대사를 임명했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문화’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방한 일정 협의나 중국산 시노팜 백신 접종 미룬 배경 설명에서 적절하지 못한 장 대사의 언행으로 ‘중국’을 잘 모르는 대사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임기 6개월을 남겨둔 문재인 정부가 지난주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갑작스럽게 교체한 것도 요수수와 관련된 경질이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청와대는 “건강상의 이유”라고 선을 그었지만 요소수 대란 책임을 물어 안 수석을 경질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새로 임명된 박원주 신임 경제수석이 실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3개월뿐이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바로 인수위원회가 출범해 보고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장 대사를 먼저 경질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주중 한국 대사를 교체하기엔 중국의 임명 동의를 받아야 하는 ‘아그레망(agrement)’ 소요 기간을 고려할 때 차기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쉽지 않다. 최소한 이번 사태에 대한 장 대사의 설명과 사과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크다.

어찌 됐든 정부의 늦장 대응으로 빚어진 이번 요소수 사태는 기업들이 적극 나서면서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대기업 총수들이 앞장서 구원투수로 나서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 2019년 7월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제한조치, 일자리 확대 등 국가 위기 때마다 대기업 총수들이 총대를 메고 사태 해결에 나선 바 있다.

비록 대기업 총수들이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 대상이지만 위기 때마다 정부를 대신해 해결사로 나서는 모습은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난이 닥치면 대기업 총수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십시일반 힘을 모으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특이한 기업문화로 전 세계가 놀랍다는 평가다.

이 같은 기업 노력에 정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국민 불안감을 빨리 종식하는 일이다. 요소수 품귀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소방·응급 차량 긴급 대응이나 군 예비 비축 요소수 민간 대여 등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책으로 국민의 불안감만 더 키웠다.

오죽하면 시민들이 소방서나 경찰서 등 공공시설에 요소수 몇 통을 기부하고 사라지는 ‘기부 천사’ 행렬이 이어질까. 이러한 기부 행렬은 정부의 미흡한 대책이 불안감만 키워 ‘제일 쓸데없는 게 서민이 부자 걱정하는 것’이라는 말을 현실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지금이라도 정책 당국자는 직을 걸고 충분한 요소수 물량 확보로 품귀 대란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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