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판사사찰 문건’ 의혹 손준성 입건…윤석열 ‘징계취소소송’ 자충수 됐나

입력 2021-11-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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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판사사찰 문건’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손준성 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추가 입건해 수사에 들어갔다. 손 검사 등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의 문건 작성 여부 등 사실 관계가 확인됨에 따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도 곧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판사사찰 문건 의혹은 윤 전 총장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의 판결 내용과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취미, 세평, 물의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 개인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내용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판사사찰 문건 사건과 관련해 손 검사를 지난달 입건하고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손 검사를 먼저 조사한 뒤 윤 후보 조사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사건의 중심에 선 만큼 그에 대한 공수처의 조사는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판사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등의 사유로 법무부로부터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은 윤 후보가 자신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며 징계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이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있다. 윤 후보가 이 소송에서 패소하며 공수처의 수사 당위성에 힘을 실어주고 수사 속도를 올렸다는 것이다.

‘윤석열 징계 타당’…공수처에 유리해진 1심 판결

공수처는 윤 후보를 판사사찰 문건 의혹으로 지난달 22일 입건했으나 이 사실이 알려진 것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있었던 11월 5일 이후다. 공수처는 “고발장 접수 이후 사건분석 단계에서 피고발인인 윤 후보가 제기해 진행 중이던 징계처분취소소송의 1심 선고가 예정됨에 따라 이를 지켜보기로 했고 서울행정법원의 10월 14일 1심 선고 후 해당 판결문을 분석 검토한 결과 직접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입건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의 1심 선고를 계기로 공수처의 수사는 추진력을 얻게 된 셈이다.

실제 행정소송의 1심 선고는 윤 후보에게 불리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은 1심 선고에서 “윤 전 총장 지시에 따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한 재판부 분석 문건에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해 수집된 개인정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이 문건을 보고받고도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삭제·수정하도록 조치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대검 반부패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은 국가공무원법,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효력정지 신청’으로 충분했는데…‘징계취소소송’ 자충수 되나

윤 후보의 행정소송이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던 만큼 ‘징계 효력정지’ 수준에서 그쳤어야 했다는 말이 나온다. 윤 후보는 법무부가 징계위원들을 꾸리는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징계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법원은 윤 후보의 신청을 받아들여 일단 징계에 대한 효력정지(집행정지)를 결정했고 그에 대한 징계는 1심 선고 전까지 효력이 중단됐다. 윤 후보의 명예가 회복된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는 더 나아가 징계처분취소소송이라는 정면 돌파를 시도했고, 그 결과 소송에서 패소했다. 징계처분취소소송을 굳이 하지 않아도 집행 효력정지를 통해 검찰총장으로 복직할 수 있었던 만큼 윤 후보의 행정소송은 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위기 살핀 뒤 소송 취하했어야”

공수처 내부를 잘 아는 A 변호사는 “윤 후보는 복직만으로도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지만 굳이 취소소송까지 강행하며 상황이 불리해졌다”라며 “윤 후보가 법원 판결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계산하고 조심했어야 했는데 정면 돌파했다가 결국 공수처에 힘을 실어주게 된 꼴”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윤 후보의 징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던 인물은 홍순옥 당시 부장판사다. 그런데 법원의 올해 2월 정기인사로 행정12부의 담당 판사가 정용석 부장판사로 바뀌었다. A 변호사는 “법원 정기 인사로 판사가 바뀌었으면 판사 성향 등 분위기를 살피고 소송을 취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을 보면 윤 후보 측이 ‘당당함’을 내세우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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