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폴란드 국경 난민위기, 유럽 가스대란으로 이어지나

입력 2021-11-1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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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EU 추가 제재 가하면 가스·물품 운송 중단”
작년 유럽 향하는 러시아산 가스 5분의 1 벨라루스 경유

▲폴란드 쿠즈니차 인근 벨라루스 접경지역에서 10일(현지시간) 유럽 다른 나라로 건너기를 원하는 중동 난민들이 텐트를 치고 노숙하고 있다. 철조망 너머로 폴란드 군경이 이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쿠즈니차/로이터연합뉴스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서 벌어지는 난민과 관련한 갈등이 유럽 가스대란으로 번질 위기에 있다.

벨라루스 독재자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난민위기 관련 유럽연합(EU)이 자신의 정권에 추가 제재를 가하면 자국을 통해 유럽으로 가는 가스와 물품 운송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고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현재 벨라루스에 체류하고 있던 난민 수천 명이 폴란드 등 EU 회원국으로 넘어가려 접경지역에 몰려들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날 “벨라루스가 난민을 밀어내 민주적인 이웃 국가들을 불안정하게 만들려 한다”며 “다음 주 초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 제재 조치를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카셴코는 이날 받아들일 수 없는 제재에 대해 대응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벨라루스 관영 벨타통신에 따르면 그는 “우리는 유럽을 달구고 있으며 그들은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가 가스를 끊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폴란드, 리투아니아 지도자들과 다른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말하기 전에 생각할 것을 권고한다. 우리의 주권과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유럽 가스 가격은 수요가 치솟는 겨울철이 시작되기도 전에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다. 세계적인 가스 가격 상승으로 유럽은 아시아와 액화천연가스(LNG)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하면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났지만, 러시아에서 서유럽으로 향하는 파이프라인 운송은 평소보다 적다.

루카셴코의 경고에 이날 유럽 가스 벤치마크 가격은 5% 이상 급등한 메가와트시(Mwh)당 75.25유로(약 10만1600원)를 기록했다.

EU에서 소비되는 가스의 40%가 러시아에서 공급되며 지난해는 그 중 약 5분의 1이 벨라루스를 경유했다. 다만 EU 측은 러시아가 올해 새 노르트스트림 2 파이프라인 승인을 가속화하고자 기존 가스관을 통한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너지 전문가인 티에리 브로스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러시아가 루카셴코의 이번 위협을 지지하는지가 관건”이라며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통과하는 수송망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이틀 연속 핵 공격이 가능한 전술 폭격기를 벨라루스 영공에 보내 측면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대행과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문제 해결을 위해 EU 국가들과 벨라루스가 접촉을 재개하는 것을 지지했다”며 원론적 입장만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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