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핵심 사업 먹구름…중국·인도차이나 반도 종단 고속철 계획 차질

입력 2021-11-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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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말레이시아서 고속철 사업 중단 또는 연기
“세계서 가장 건설 느린 철도, 완공에 최소 반세기”
부채 부담·경기 둔화에 사업 지속성 불투명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핵심 사업에 먹구름이 꼈다. 중국에서 시작해 인도차이나반도를 종단하는 고속철도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전체 길이 3000km에 달하는 일대일로 고속철도 사업이 곳곳에서 중단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중국은 동남아 지역으로의 사람과 화물 이동을 활성화해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목적이지만,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사업에 애를 먹는 상황이다.

태국은 수도 방콕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나콘랏차시마에 고속철도 부지를 선정하고 2017년 12월 건설에 착수했다. 당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를 비롯해 각계 인사가 현장을 방문해 성대하게 착공식을 열었지만, 4년간 건설이 완료된 구간은 3.5km에 불과하다.

태국 정부는 애초 방콕과 나콘랏차시마를 연결하는 제1구간을 올해 개통할 예정이었지만, 개통 시기를 2026년으로 정정했고 이에 따라 라오스 국경에서 나콘랏차시마까지의 제2구간 완공 시기도 2028년으로 미뤘다.

태국 운수국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인 기술자가 입국할 수 없게 된 것과 토지 수용 지연 등으로 건설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세계에서 건설이 가장 느린 철도로, 앞으로 완공에 최소 반세기가 걸릴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잇는 약 350km 고속철도 계획은 올해 1월 아예 정식으로 중단됐다. 2013년 양국이 건설을 합의했지만, 2018년 말레이시아 정권 교체 후 총리에 오른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사업을 멈춰 세웠다. 협상을 이후 재개했지만, 협상 시한인 지난해 12월 말까지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말레이시아 북부 코타바루에서 서부 주요 항인 쿠란 항까지 있는 구간도 8월 기준 23.96%만 완공된 상태로, 기존 완공 시점인 2026년 말에서 1년 늦춰질 전망이다.

현재 중국에서 싱가포르까지 3000km 구간 중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곳은 내달 2일 개통하는 라오스 구간뿐이다. 해당 구간은 중국이 총공사비 중 70%를 부담해 약 5년 만에 완성했다.

잇따른 사업 지연은 건설비를 중국에서의 차입에 의존하면서 진행해온 이 프로젝트의 채산성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라오스의 경우 건설에 따른 채무를 30년 내로 상환할 계획을 세웠지만, 그것은 주변국과의 연결을 통해 충분한 이익을 냈을 때 가능한 것이다. 현재로선 당장 고속철도를 활용하는 게 어려운 만큼 이들이 자칫 채무의 함정에 빠질 위험도 있다.

닛케이는 “중국으로서는 인도차이나반도를 종단하는 물류 대동맥을 만들 수 없다면 전략적인 가치는 크게 손상된다”며 “중국은 경제 성장 둔화를 배경으로 일대일로 사업 채산성도 살피고 있어 자금 면에서 얼마나 더 지원을 계속할지도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홍콩 언론매체 아시아타임스는 “중국 경제가 약점을 보이기 시작하고 내수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중국-라오스 고속철 개통이 일대일로 계획의 시작이자 끝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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