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PET병이 쓰레기에서 보물로…"가격 두 배 올라"

입력 2021-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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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재생 페트 플레이크 가격, 연초 대비 두 배 올라
미국서도 코로나 이전 파운드당 64센트에서 1달러로 상승
친환경 정책 펼치는 기업들 늘면서 재생 페트병 수요도 늘어
반면 엄격한 환경 규칙에 공급은 제약...가격 상승 부추겨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환경 운동가가 7월 3일 페트병 더미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쿠레슈티/AP뉴시스
폐PET병이 쓰레기에서 보물로 변했다. 재생 가능한 폐PET병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폐PET병은 쓰레기로 취급되기 일쑤였지만, 기업들의 재생용 플라스틱 활용이 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P글로벌을 인용해 유럽에서 페트병 폐소재로 만들어지는 재생 페트(PET) 플레이크(조각) 가격이 연초 대비 두 배로 상승 중이라고 보도했다.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가격은 상승세다. 미 페트용기재활용협회(NAPCOR)에 따르면 식품용 재생 페트병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 파운드당 64센트에서 현재 1달러까지 올랐다.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는 유명 기업 브랜드들이 친환경 정책을 위해 비재생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축한 영향이 있다. 세계 최대 식품회사 네슬레는 2025년까지 비재생 플라스틱 사용량을 현재의 3분의 1로 삭감하기로 했고,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재생 소재 사용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코카콜라 재생 페트병. 출처 코카콜라 홈페이지
이들이 재생용 플라스틱을 찾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의류나 패션 브랜드에서도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들 업계는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재생 페트병 관련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환경 규칙이 엄격해지면서 공급까지 줄어들 조짐이다. 유럽연합(EU)은 역내 기업들에 대해 2025년까지 음료용 페트병의 재생 원료 사용률을 25% 이상으로 높이고 다른 포장재에 대해서도 최저 사용률을 제시할 예정이다. KPMG에 따르면 현재 유럽 내 재생 소재 원료 사용률은 5%에 그쳐 EU가 규제를 시행하면 기준에 맞춘 공급이 원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에서 일부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생 소재 함유율을 법률로 정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플라스틱 쓰레기를 회수하는데 필요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돼 있지 않은 터라 향후 공급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WSJ는 “공급이 부족한 재생 페트병을 둘러싼 가격 다툼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 다툼에 끼어든 기업들의 목적은 무엇보다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에 있지만, 바다가 깨끗해지는 환경적인 장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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