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분위기 사라진 ‘광군제’…알리바바, 당국 눈치 살살

입력 2021-11-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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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제·미디어데이 코로나19 이유로 전면 취소
축제 분위기 없이 조용히 진행
실시간 업데이트 매출액도 공개 꺼려
정부 중시하는 친환경·공동부유 초점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티몰의 광군제 광고 전광판이 11일 베이징 지하철 역에 설치돼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개최하는 세계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독신자의 날)’ 행사를 놓고 당국 눈치를 보면서 납작 엎드렸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11일 오전 0시부터 타오바오, 티몰, 알리익스프레스 등 자사 플랫폼에서 광군제 쇼핑 축제 마지막 날 행사를 펼쳤다.

광군제는 알리바바가 2009년 솔로들을 위해 처음 시작한 쇼핑 할인행사이다. 알리바바는 광군제 전날부터 내외신 기자들을 본사로 초청해 시간별 매출을 업데이트하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렇게 업데이트된 매출액 추이를 앞다퉈 보도하면서 중국의 내수 잠재력을 과시했다.

올해는 광군제 메인 할인 이벤트 기간을 1차(11월 1~3일)와 2차(11일) 두 개로 나눠 진행, 매출 증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과거의 축제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알리바바는 매년 진행했던 미디어 행사와 전야제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취소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에는 세계적인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퍼렐 윌리엄스를 초청해 성대한 전야제를 열었는데, 올해에는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영상 메시지로 대체했다.

실시간 매출 추이 공개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11일 0시부터 45분 동안 382개 브랜드의 판매량이 1억 위안(약 185억 원)을 넘었다는 내용의 짤막한 발표만 했을 뿐 이후 추가적인 매출 정보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매년 광군제 매출을 실시간 보도하던 중국 현지 언론도 같은 기간에 열린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 보도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규제 당국은 알리바바를 기점으로 자국 유명 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1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광둥성 등 일부 지방정부는 알리바바를 비롯한 현지 전자상거래 업체 관계자들을 소집해 독점적 관행이나 모조품 등의 문제에 대해 미리 경고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알리바바는 이번 광군제에 친환경 제품과 유통, 신중한 소비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NYT는 설명했다. 실제로 알리바바의 자회사 티몰은 친환경 상품에 대한 ‘그린 바우처’를 제공하고, 포장재 재활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건 ‘공동부유’를 의식해 알리바바는 고객들이 자선사업과 관련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할 때마다 1위안을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알리바바의 최고마케팅책임자인 크리스 퉁은 지난달 광군제를 앞두고 “우리는 광군제의 힘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개발을 촉진하고 우리 생태계 전반에 걸쳐 소비와 소상공인, 파트너사에 대한 포용성을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알리바바가 당국의 눈치에 광군제 행사를 모두 종료한 이후에도 총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매판매 둔화, 공급망 혼란, 전력난, 코로나19 봉쇄 영향 등으로 올해 광군제 총 거래액이 전년보다 줄어들거나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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