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도 못 다니는데 벽화가 무슨 소용”… 마을경관 개선사업에 뿔난 창신동 주민들

입력 2021-11-09 17:20수정 2021-11-0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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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그리기 ‘또’…주민 원성 하늘 찔러
“세금 낭비 말고 도로 확장부터 해달라”

서울시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벽화만 그린 채 방치했던 종로구 창신동 일대에 다시 벽화를 그린다고 나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노후한 건물과 열악한 도로·하수시설에 대한 시설 개선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종로구청은 창신8길 일대 마을경관 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주거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추진한 이번 사업은 △벽면 도장 △실외기 이동 및 커버 설치 △보이는 소화기 설치 등 주로 도로 경관을 정비하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서울시의 도시경관 개선사업 공모를 통해 추진됐다. 사업비만 8억8000만 원(공사비 8억 원, 설계용역비 8000만 원)에 달한다.

주민들은 ‘벽화 그리기’가 주거환경 개선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오히려 주민 안전을 위협한다며 다시는 재현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후 주택들이 밀집한 창신동 일대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담벼락이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민 A 씨는 “태풍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로 담벼락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살고 있다”며 “아예 허물던가 새로 짓든지 해야지 위에 페인트 덧칠한다고 뭐가 나아지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8건의 화재가 발생할 정도로 전기시설이 낡은 집이 많은데 소방차 등 구난 차량이 진입을 못해 대참사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종로구 창신동 일대에 다시 벽화를 그린다고 나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창신8길 일대 마을경관 개선사업 예시. (사진제공=독자)

창신동은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으나 2013년 박 전 시장의 뉴타운 출구 전략으로 직권 해제돼 재개발이 무산된 곳이다. 동시에 도시재생사업이 현재까지 진행 중인 곳이도 하다. 7년간 15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정작 주민 숙원사업인 노후주택 개발과 도로 확장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으로 재개발 기대감에 부푼 것도 잠시, 취임 7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갈 판국에 놓이게 됐다. 앞서 오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시절 박 전 시장의 도시재생사업을 ‘예산 낭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창신동 주민들로 구성된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현재 서울시와 종로구청에 마을경관 개선사업 추진 중단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도 마을경관 개선사업을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지난달 종로구청에 보냈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취합해 정책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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