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고민…현금 남아도는 데 쓸 데가 없어

입력 2021-11-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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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버크셔 현금보유액 177조원으로 역대 최대
자사주 매입, 애플 투자액보다 많아
대형 M&A 부재 영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19년 5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마하/AP뉴시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회사 곳간에 현금은 쌓이는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3분기 말 기준 1492억 달러(약 177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분기에 기록했던 역대 최대 기록(1441억 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에도 현금 보유액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버크셔는 2018년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회사 규정을 변경한 이후 지금까지 약 510억 달러의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했다. 이는 애플에 투자했던 것보다 200억 달러 더 큰 규모다. 9월 말 이후로도 버크셔는 최소 17억 달러 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크셔는 지난해 말까지 애플 주식 매입에 총 310억 달러를 투입했다.

▲버크셔해서웨이 분기별 현금 보유액 추이. 단위 10억 달러. 올해 3분기 1492억 달러. 출처 블룸버그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에도 이처럼 현금 보유액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버크셔가 투자할만한 타깃을 찾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CNBC는 증시 호황에 밸류에이션을 중시하는 버핏 입맛에 맞는 회사 좀처럼 나타나지 않으면서 버크셔는 최근 몇 년간 이렇다 할만한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신규 투자를 하지 못한 사이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에 속했던 업체들이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 등 영향으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3분기 버크셔의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3분기 버크셔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한 103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간 주식투자에 대한 장부상 이익이 38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47억7000만 달러)보다 84% 넘게 급감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여기에 허리케인 아이다 영향으로 보험 인수 사업 손실이 1년 전 2억1300만 달러에서 올해 3분기 7억8400만 달러로 확대된 것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버크셔는 철도에서부터 유틸리티, 제조업체, 소매, 보험 등 다양한 업종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코카콜라, 애플 등 다양한 업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버크셔의 최근 행보는 자사주 매입보다는 우량 투자처를 발굴해 투자하는 것을 선호했던 버핏의 투자 철학과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핏은 그간 “성장을 위해 코끼리를 사냥하겠다”며 현금 보유액을 자사주 매입보다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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