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김만배·남욱 잡은 검찰…남은 시간 윗선 규명 총력

입력 2021-11-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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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 유동규와 통화…내용 진위 떠나 이재명 부담 커질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ㆍ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의 신병 확보에 성공하며 '윗선' 수사에 동력을 확보했다. 곽상도 무소속 의원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주변 관계자들은 물론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당시 성남시장)를 향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당국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기록에서 지난 9월 29일 압수수색 직전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통화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실장은 이 후보의 복심으로 꼽힌다.

정 부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당시 녹취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 전 본부장의 모습과 너무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통화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김 씨와 남 변호사 구속으로 대장동 의혹 사건 수사에 탄력을 받은 상황에서 정 부실장과 유 전 본부장의 통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정점으로 지목된 이 후보에게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탄탄해진 김만배 혐의 내용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 뇌물 공여 등 혐의를 받는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남 변호사에 대해 같은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법원은 “(김 씨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크다”며 1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의 녹취록에만 의존해 혐의를 소명하지 못했고, 김 씨 측이 혐의를 반박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검찰은 앞서 1차 영장 청구 때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주주들에게 돌아간 배당 이익(5903억 원)을 기준으로 배임액을 ‘1163억 원+α(알파)’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을 설득하는 데에 실패했다.

이후 검찰은 김 씨의 배임 혐의를 구체적으로 구성하는 데에 집중했다. 배임액은 ‘651억 원+α’로 바뀌었다. 김 씨와 의혹의 주요 인물들이 사업자 선정, 배당 이익 설계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화천대유에 이익을 몰아줄 수 있도록 공모한 정황을 더 상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인들을 불러 추가 조사하고 계좌를 추적하는 등 증거 확보에도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중의 한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공모지침서’ 작성한 정민용, 구속 실패

다만 문 판사는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 대해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변호사는 2015년 2월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를 작성하던 당시 개발사업1팀이 ‘민간에서 초과 이익을 독점하지 못하게 추가적인 사업 이익 배분 조건을 제시하는 신청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도록 지침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배임 혐의를 받는 정 변호사를 중심으로 ‘윗선’과 주변 연결 고리를 규명하려 했지만 그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며 계획에는 다소 차질이 빚어졌다.

남은 것은 이재명 관여 여부

핵심 인물들의 구속으로 수사팀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씨와 남 변호사의 구속 기간은 최장 20일이다. ‘대장동 5인’의 공모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해 온 검찰은 짧은 기간 동안 '50억 클럽' 등 의혹 주변의 법조인과 정치인까지 수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

먼저 곽상도 무소속 의원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대한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곽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50억 원의 퇴직금을 뇌물로 의심한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 직원으로 취업한 뒤 화천대유 소유 아파트를 분양받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 시장이던 이 후보에 대한 배임 혐의 적용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김 씨는 3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그분(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그분 나름 행정에서 최선을 다했고 저희(화천대유)는 시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 공모에 진행한 것”이라며 자신에게 적용된 배임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이 혐의 소명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만큼 검찰 수사는 대장동 사업의 윗선으로 지목된 이 후보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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