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김치시장 커지는데...‘김장문화’는 왜 안 바뀔까

입력 2021-10-29 15:53수정 2021-10-29 16:0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수북이 쌓여 있는 절인 배추에 보기만 해도 매운 김칫소를 켜켜이 넣어 버무린다. 몇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배추를 버무리다 보면 “아이고 허리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도 이렇게 담근 김치를 가족들과 겨우내 밥 위에 척척 얹어 먹고 봄 무렵 푹 익은 김치로는 찌개며, 전을 부쳐먹을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김장을 한다.

(중국산 김치 논란 이후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월 말~12월 초는 ‘김장철’…매년 김장재료 가격 조절 실패

예전과 달리 김장하는 가정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김장은 겨울을 맞이하는 집안의 가장 큰 행사다. 이에 10월 말~12월 초 김장철이 다가오면 으레 배추며 무, 고춧가루, 소금 등 김장 재료 가격이 줄줄이 오른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1, 12월 가을배추의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5% 정도 오른 포기당 2300∼2500원 수준일 것”으로 말했다.

올해 가을배추의 재배면적이 최근 5년 평균치(평년) 대비 7% 감소한 탓에 생산량도 평년에 비해 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무의 재배면적도 줄면서 생산량은 평년 대비 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강원, 충청 등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배추무름병(배추가 짓물러 썩는 병) 피해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고추 등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배추와 무 가격은 그나마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마늘·소금·쪽파 등 김장에 쓰이는 다른 부재료 가격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8일 기준 굵은 소금(5kg 기준) 소매가는 1만444원으로, 7757원이던 1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멸치액젓과 새우젓 가격(1kg 기준)도 각각 4927원에서 5296원, 2만1026원에서 2만22421원으로 상승했다. 쪽파 가격도 1kg에 5624원에서 8820원으로 급등했다.

▲배추 경매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청과시장. (뉴시스)

"복잡한 유통과정 탓 가격 조절 어려워"

기상 상황이나 병충해 등 자연 재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신선제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나, 매년 김장철마다 가격 비상이 걸리는 것은 문제다. 그렇다면 왜 매년 김장물가에 비상이 걸리는 것일까.

일단 위에서 언급한 대로 폭염이나 폭우, 병충해 등 자연 재해로 인한 출하량 감소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유통과정이 더 문제다. 농가→생산자단체→산지유통인→산지 공판장→가공(저장)→도매상→소매상·대형유통업체→소비자로 이어지는 지나치게 복잡한 유통과정이 가격 조절을 어렵 게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매단계에서 발생하는 유통비가 전체 소비자가격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격이 왜곡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포장김치 “비싸다” 인식 여전…‘김포족’ 비중 늘고 있어

매년 오르는 김장 물가로 부담이 늘면서 김포족(김장포기족) 비중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직접 김장을 한다는 비중이 40%를 훌쩍 넘기고 있다. 지난해 대상 종가집이 종가집 블로그를 통해 총 2845명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3.8%가 직접 김장을 한다고 답했다.

최근 포장김치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식습관 변화로 김치 소비 자체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업계에서는 김장철이 비수기로 여겨질 정도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포장김치가 비싸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포장김치를 가정에서 사 먹는 경우 브랜드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배추김치는 10㎏에 4만5000원선이다. 4인가족 기준 20포기(35㎏)를 사서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약 17만 원선이다. 프리미엄 김치의 경우 가격은 더 올라간다. 또 업체별로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김치맛도 포장김치를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대량 산지 계약, 공장 효율화 작업 등으로 포장김치의 가격이 오히려 집에서 담근 김치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데다 김치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도 많아지면서 맛도 다양해지고 있어 김포족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