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가격 폭등에 전 세계서 자동차 부품 도난 급증

입력 2021-10-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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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일본서 촉매 컨버터·수도꼭지 등 훔쳐가
금속 가격 급등 속 재판매 노린 범죄인 듯

▲로듐 가격(위)과 미국 촉매 컨버터 도난 건수(아래) 추이. 꺾은선 그래프 단위 온스당 달러. 출처 닛케이
글로벌 중금속 가격 폭등에 세계 곳곳에서 자동차 부품 등 관련 도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에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희귀한 금속이 사용되는 자동차 부품의 도난 사건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지난 8월 구리 재료 등을 훔쳐가는 일이 전년 동월 대비 80% 급증했다.

금속 가격이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재판매를 노린 범죄 사건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금속 가격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지 경찰 등은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9월 일본 아이치현 나가쿠테시에서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 제품과 관련한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발견된 차량에서는 배기가스 정화에 사용되는 ‘촉매 컨버터’가 잘려져 있었다. 아이치현경찰 본부 관계자는 “이러한 사건은 현 내에서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컨버터에는 로듐과 필라듐이 사용된다. 한 대의 차량에서 사용되는 양은 몇 그램 수준에 불과하지만, 플래티넘(백금)의 부산물로 분류돼 산출량이 적어 원래 고가다.

사건의 배경에는 금속의 국제 가격 상승이 있었다. 로듐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오르기 시작, 올해 3월에는 전년 동기 5배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팔라듐 선물도 지난 5월 가격이 3000달러 이상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나 광산 트러블 등으로 공급량이 줄어든 데다가, 경기 회복에 따른 자동차 수요의 급증이 겹친 탓이다.

해외에서도 도난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영국 경찰서장위원회(NPCC)에 따르면 로듐이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3월 관련 도난 사건은 3200건 이상이 발생했다. 이는 최근 들어 가장 많은 도난 건수다.

전미보험범죄방지국(NICB) 역시 지난해 12월 미국 전역에서 2300건이 초과하는 촉매 컨버터의 도난 사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4배로, 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금속화학회사인 존슨 매세이에 따르면 컨버터 1개에 사용되는 플래티넘 가격은 3년 전 100달러 안팎에서 올해 400~800달러까지 올랐다. NICB의 4월 발표에 따르면 재활용업자는 컨버터 1개를 50~250달러에 매입한다.

구리를 노린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구리 등 금속류를 노린 절도 피해는 지난 8월 전국에서 743건 확인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80% 늘어난 수치다.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서는 지난 5월 수도꼭지 도난이 130건 이상, 나고야시에서는 6~9월 수도 계량기 도난이 13건 발생했다. 지난 5월 구리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때 약세를 보였던 구리 가격은 10월 중순 다시 1만 달러를 넘어섰다. 하락세에 있던 로듐 등은 공급량이 적다. 자동차 생산이 회복되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경찰과 산업계는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경찰은 재활용 업자에 거래 시 신분 확인과 기록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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