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설' 근거 '정영학 녹취파일'…법원 증거능력 인정할지 관심

입력 2021-10-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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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뉴시스)

대장동 개발 로비ㆍ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재판에 넘겨지자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 파일이 법원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유 전 본부장을 특가법상 뇌물 및 부정처사 후 수뢰(약속)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정 회계사가 낸 녹취파일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 회계사는 지난달 중순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뒤 그달 27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자신이 갖고 있던 녹취 파일들을 제출했다. 녹취 파일에는 정 회계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등이 공동 경비 분담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유 전 본부장에게 배당 수익 중 70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화천대유에서 거액을 받았거나 거액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로비 대상자 명단인 '50억 클럽 설', '350억 원 로비설' 등 각종 논란도 모두 이 녹취록에 근거한다.

검찰은 이 내용을 종합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달 29일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압수수색을 개시했다. 이후 21일 '대장동 4인방' 중 한 명인 유 전 본부장을 기소했다.

관건은 이 녹취 파일이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지 여부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재판에 정 회계사의 녹취 파일들을 핵심 물증으로 내세워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호인 측에서는 이 녹취 파일들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을 전망이다.

증거능력은 형사소송법상 엄격한 증명 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의미한다.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는 내용이 진실이더라도 유죄 증거로 쓸 수 없다. 법정에서 증거 제출도 불가능하다. 증거능력이 인정받아야 증명력(증거의 실질적인 가치)을 갖는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녹취 파일들에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 파일 일부에 불법 도청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 도청으로 확보한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위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배제한다는 '독수독과' 원칙이다. 특히 녹음 파일이나 녹취록 속 진술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행해져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불법 도청 의혹이 제기되자 앞서 김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때도 검찰이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법정에서 재생하려고 하자 변호인 측이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다. 재판장도 녹취파일 재생을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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