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업체 도미노 파산 위기…커지는 시진핑표 ‘부동산세’ 반발

입력 2021-10-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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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닉·판타시아 이어 헝다 공식 디폴트 직면
70개 도시 신규주택 가격, 6년 만에 첫 하락세
시진핑 부동산세 도입 놓고 공산당 내 저항 거세

▲중국 선전시 헝다그룹 건물 전경. 선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주요 부동산 업체들이 도미노 파산 위기에 놓인 가운데, 부동산 정책을 놓고 공산당 내부에서 이견까지 나오면서 혼란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된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닉홀딩스는 전날 만기였던 2억4600만 달러(약 2897억 원) 채권을 결국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판타시아홀딩스도 디폴트에 빠졌고, 지난달 달러 채권 이자 상환에 실패했던 헝다는 공식 디폴트 기준선인 30일 유예기간 만료마저 이번 주 앞두고 있다.

헝다는 이날 위안화 채권 이자를 상환해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를 받지만, 우리 돈으로 2조 원 상당의 홍콩 건물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등 다가올 만기에 대한 문제는 여전하다.

중국 부동산 시장 불안은 지표로도 감지된다. 3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기대와 달리 5% 밑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같은 기간 부동산 부문 생산은 1.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 부문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건설업 생산 역시 1.8% 줄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20일 발표한 9월 70개 주요 도시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8% 올라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0.08% 내렸다. 비록 그 폭이 매우 작지만, 하락세를 보인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70개 주요 도시 신규주택 가격 상승률 추이. 전년비. 단위 %.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 추진 중인 전국적인 부동산세 도입마저 역풍을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공산당 내부 논의 결과 당 지도부는 물론 평당원들마저 압도적으로 부동산세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고 전했다.

연초 시 주석은 일부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부동산세를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임무를 한정 부총리에게 맡겼다. 그러나 많은 관료는 이러한 정책이 소비자 지출을 급감시켜 경제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일부 당 은퇴 간부들은 추가 세금을 낼 여유가 없다면서 부동산세를 철회해달라는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당원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하나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며 “세금 제안은 사회 안정에 잠재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 부총리는 전국적인 부동산세 도입은 아직 이르다고 시 주석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불만들을 의식한 듯 중국 정부는 최근 시장을 달래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주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공식 석상에서 “헝다그룹 사태는 억제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주요 은행에 자국민의 주택담보대출 승인을 가속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헝다와 시닉, 판타시아 이외에도 모던랜드가 25일 만기인 2억5000만 달러 채권 상환을 앞두고 있고 중국부동산그룹(CPG)은 지난주 자회사가 2억2600만 달러 상당의 채권을 갚지 못했다고 밝힌 탓이다. 모던랜드도 자금 부족으로 인해 채권단에 추가 시간을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CNN방송은 “헝다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이후 더 많은 부동산 업체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인민은행은 헝다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최악의 경우 무질서한 디폴트 발생으로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몰고 올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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