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선 ‘1위’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버티기’

입력 2021-10-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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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파리 지사에 붙어 있는 로고. 파리/AP연합뉴스

국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패권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1위’ 넷플릭스가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망 사용 대가를 놓고 벌어진 넷플릭스와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 간 갈등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ISP와 협상은커녕, 국내 법원이 내린 판결에까지 넷플릭스가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만 10세 이상 한국인 스마트폰 이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달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넷플릭스 사용 시간이 총 42억 분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9월(26억 분) 대비 61.5%나 길어졌다.

넷플릭스가 국내 OTT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트래픽도 증가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1주일간(추석 연휴 제외) 트래픽을 비교한 결과, KT의 유·무선 인터넷과 IPTV를 포함한 넷플릭스 트래픽이 39%가량 늘어났다. 지난달 17일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날이다.

트래픽이 늘어나면 국내 ISP는 인터넷망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대야 한다.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망을 증설하는 경우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는 오징어 게임 공개를 앞두고 해외망을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ISP가 넷플릭스에 망 이용료를 요구하는 이유다. 망 설비에 대한 비용을 함께 부담하며 서비스 안정성 의무를 함께 지자는 의미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ISP가 콘텐츠 제공자(CP)에 망 이용료를 내라는 것이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며 이를 거부해 왔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행정적·법적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망 사용료 관련 중재 신청을 내자,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사실상 방통위 중재를 거부한 셈이다.

법원이 올해 6월 넷플릭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넷플릭스는 이에 항소하며 여전히 불복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SK브로드밴드는 올해 9월 넷플릭스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반소를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협상에 응하지 않은 채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어 법적 절차를 밟기로 했단 설명이다.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치권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표준계약서 등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한 계약에 대해 (김부겸) 총리께서 챙겨봐 달라”고 주문했다.

올해 국정감사에도 망 사용료 문제가 등장했다.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체 캐시서버 오픈커넥트(OCA) 프로그램을 통해 통신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OTT 사업자가 망 사용료나 증설 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한단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방통위도 그런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넷플릭스가 ‘버티기’ 상태에 들어간 와중에 OTT 업계는 매년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현재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를 통해 망 사용료를 내는 웨이브는 매출의 10.5~12%가량을 내는 중이다. CDN 사업자에 디즈니플러스가 비용을 내면, CDN 사업자는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내는 형식이다.

국내 진출을 선언한 월트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도 비슷하다. 제이 트리니다드 월트디즈니컴퍼니 아태지역 DTC 사업총괄은 기자간담회에서 망 사용료와 관련해 “디즈니의 철학은 ‘선량한 기업 시민이 되자’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콘텐츠 제작사나 통신사,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와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사실상 ‘무임승차’를 한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내야 하는 망 사용료는 최소 475억 원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트래픽을 고려하면 사실상 485억 원의 두 배 이상을 책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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