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다시 합시다”… '반값 복비' 시행 첫날 시장 '혼란'

입력 2021-10-19 17:20수정 2021-10-2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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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이미 최고요율 못 받아…빌라 밀집지역은 30만 원 수준"
중개사협회 헌법소원 등 예정…"수수료율 개선안 보완 필요"

▲부동산 중개수수료(중개보수) 체계 개편안 시행 첫 날인 19일 일선 현장에선 중개사와 소비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정책 규탄 안내문. (연합뉴스)

“아니 원래 최고요율은 받지도 못했는데 수수료율을 반으로 낮추면 어떡합니까. 가뜩이나 거래도 없는데 미치겠습니다.”(서울 마포구 공덕동 P공인중개 관계자)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턱없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복비 인하가 시행돼 다행입니다.”(30대 회사원 A씨)

부동산 중개보수(중개수수료) 체계 개편안 시행 첫날인 19일 일선 현장에선 공인중개사와 소비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중개사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수수료율 개편안이 ‘탁상행정’으로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최고요율 이하로 수수료를 받아왔지만 정부는 이를 감안하지 않고 상한선을 더 낮췄다는 것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중개수수료 부담을 덜게 돼 만족하는 눈치다.

“계약서 작성 미루자” 요구도…복비 인하 시행 첫날부터 '잡음'

국토교통부는 19일 부동산 중개보수 상한 요율을 최대 절반으로 낮춘 새 중개보수 개편안을 시행했다. 개편안 적용 첫날부터 일부 중개현장에선 중개사와 고객 간 갈등이 일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C공인중개 관계자는 “두 달 전 계약서를 쓰고 잔금은 다음 달 치르는 손님이 연락해 ‘복비는 새 수수료율을 적용해 계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와 당황했다”며 “계약서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계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새 수수료율을 적용받기 위해 아예 계약을 미루면서 고객과 얼굴을 붉히는 사례도 있었다. 강서구 마곡동 G공인 관계자는 “지난주 12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하신 분이 계약서를 오늘 날짜로 써 수수료를 덜 내면 안 되냐고 물어봐 황당했다”며 “안 되면 수수료를 깎아주는 다른 중개업소를 찾아가겠다고 해 결국 수수료를 더 낮춰서 계약했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업계에선 최근 거래량이 줄어 가뜩이나 어려운데 수수료마저 깎여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P공인 관계자는 “작년부터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최고요율인 0.9%는 아예 받을 생각도 못 했고 평균 0.5% 정도만 받았다”며 “그런데 이번 개편으로 최고요율이 12억 아파트 기준으로 0.5%로 바뀌었는데 이러면 현장에선 0.3% 수준밖에 못 받아 수입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속상해했다.

인근 D공인 대표는 “부동산 수수료율 부담이 늘어난 건 고가아파트에나 해당하는 얘기”라며 “오피스텔이나 빌라 밀집지역은 월세 거래 한 건당 수수료는 30만 원 수준인데 덩달아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소비자 “그동안 너무 비쌌다” 중개보수 인하에 '반색'
거래비용 절감에 기대에 매입 '저울질'

반면 소비자들은 그동안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이 상당했던 만큼 복비 인하를 반겼다. 최근 전셋집을 구한 30대 회사원은 “사실 부동산 복비만큼 아까운 게 없다”며 “집 조금 보여주고 수백만 원씩 받아가는 것은 과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시행 이후 매수에 나서려는 일부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도봉구 창동 H공인 관계자는 “주변 아파트를 매입하면 복비가 얼마나 싸지는지 물어보는 전화가 제법 많아졌다”며 “최근 거래가 통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차라리 복비를 덜 받더라도 거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이번 수수료율 개편에 항의해 이달 중으로 집행금지 가처분신청과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중개보수 개편 작업과 관련해 협회가 1년 넘게 국토부 회의 등에 참석했지만 결국 협회 입장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와 공인중개업계 간 견해 차가 커 단시간 내 갈등 봉합은 어려울 것 같다”며 “꾸준히 개선안을 보완해 개편 수수료율 체계를 정착시키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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