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직권남용 기준 모호…“입법 뒷받침, 판례 축적해야”

입력 2021-10-17 19:00수정 2021-10-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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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고무줄 잣대로 법적 혼란을 막기 위해선 판례 축적과 입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패·경제범죄연구실장은 17일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직권남용과 결과 발생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직권남용은 일반적인 의미의 직무 내에서 권한을 남용할 때 성립한다"며 "예컨대 민정수석이 부하 직원에게 부동산을 매매하라고 시킨 경우 부동산 거래는 민정수석의 업무가 아니므로 직권남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무 내에서 권한을 남용했더라도 구체적인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며 "의무 없는 일을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등의 결과가 나타나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천주현법률사무소의 천주현 변호사는 "남용할 직권이 없어 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판례의 경우 직권의 범위를 협소하게 본 것"이라며 "사실상 지시할 수 있는 지위를 직권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법원은 이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직 사회의 업무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직권을 좁게 해석하는 과거의 기준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무원 숫자가 증가하고 이들의 직무유기·직권남용 사례가 많아졌음에도 국민 입장의 판례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천 변호사는 "직권남용죄에서 직권의 범위를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뇌물죄에서는 뇌물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 관계를 넓게 보는 만큼 오랜 세월 동안 해석에 따라 구체화된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법 개정 등을 통해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나 법조문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미없는 일'을 시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데 추상적인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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