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2030’, 소형 원자로·전기차 등에 41조 원 투자…원전 축소 대신 확대로

입력 2021-10-1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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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탄소·에너지 불안 속 ‘소형 모듈 원자로’ 도입 방침 강조
에너지 대란에 원자력 재평가
프랑스 주도 10개국 장관 “유럽 원전 필요” 공동 기고
야당선 “반 년 뒤 대선 겨냥한 선거 캠페인” 비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프랑스가 소형원자로·전기차·수소연료 등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300억 유로(41조3880억)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다.

1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이들 산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미래 첨단기술 챔피언을 만들기 위한 원대한 계획인 ‘프랑스 2030’을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5개년 투자 계획은 프랑스가 2030년까지 녹색 수소 분야의 리더가 되고 소형 신형 원자로를 건설하는 것이 핵심으로, 첨단기술 산업의 육성과 혁신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저탄소 항공기와 발전 규모가 작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도입하고, 환경 부하가 낮은 수소 생산 기가 팩토리 2개를 짓는다. 전기차 생산도 확대한다.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 생명과학 분야의 혁신 강화 역시 도모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러한 결정에 대해 “프랑스는 다시 혁신과 연구의 나라가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술 혁신과 산업화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하며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면서 “이번 계획에서 프랑스 산업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대기업과 더불어 규모가 작지만 재빠른 신흥 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이번 투자 계획에서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원자력발전소다. 이번 계획의 가장 큰 부분인 80억 유로가 에너지 전환에 사용된다. SMR는 여기에서 10억 유로만을 차지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효율적인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가진 소형 원자로를 건설하는 것을 그의 ‘1차 목표’로 거론했다.

소형모듈원자로는 기존 원전보다 출력이 낮고 쉽게 냉각시켜 안전성을 높인 원자력 발전소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SMR 개발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구온난화 대책에 입각한 산업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안전성을 높이고 경비를 줄이며 핵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혁신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계획은 유럽연합(EU)이 오는 2050년까지 역내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정책’을 목표로 내걸면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원자력 발전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최근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원자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핀란드, 헝가리 등 유럽 10개국 경제·에너지 장관들은 프랑스 주도로 온난화 대책과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는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며, 이를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공동 기고문을 각국 유럽 신문에 게재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석탄 화력발전의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잇달아 원전 신설을 발표하고 있다.

EU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독일이 오는 2022년 말까지 전체 원자력 발전의 가동 정지를 결정했다.

프랑스도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전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원전 의존도를 5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7년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은 50% 목표 실현 시점을 2035년으로 10년 늦췄지만, 이번에 더 나아가 원전 확대를 선언한 것이다. 프랑스는 전체 전력의 70%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계획을 두고 야당 진영에서는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을 염두에 둔 선거 캠페인의 일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마크롱은 비용과는 상관없이 재선을 원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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