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유가’에 셈법 복잡해진 산유국들

입력 2021-10-12 14:44수정 2021-10-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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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가격 급등 계기로 유가 상승 제동 풀려
너무 오르면 미국 셰일유 부활 가능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늦추려는 계획에도 차질
영국 제조업계 “에너지 대란에 공장 폐쇄 위기”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앞에 펌핑 잭 모형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셈법도 더 복잡해지게 됐다. 유가가 너무 오르면 강력한 경쟁자인 미국의 셰일유가 부활할 수 있으며, 가격 지배력을 잃으면 ‘탈석유’를 늦추는 대응에도 역풍이 불 수 있어서 산유국들이 고민에 빠졌다고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진단했다.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는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는 기존 감산 완화 정책을 내달까지 유지하기로 한 상태다.

지금까지 OPEC+는 단계적인 증산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수급 균형을 유지하며 유가 상승을 억제했다. 이들의 전략은 유가 안정과 함께 셰일유의 부활을 막는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유럽발 천연가스 부족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원유로 향하는 대체 수요가 커졌고, OPEC+ 회원국들도 마냥 정책을 유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통상 원유는 천연가스 등에 비해 용도가 많은 만큼 가격도 높지만, 최근 가격이 역전되면서 셈이 복잡해진 것이다.

유럽 대표 천연가스 지표인 네덜란드TTF 가격을 원유 단위로 환산하면 배럴당 160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현재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의 두 배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셰일유 생산 회복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석유 서비스 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유 생산 동향을 나타내는 시추시설 가동 수는 8일 기준 433개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여전히 40% 가까이 적지만, 바닥을 기록했던 지난해 8월(172개) 기준으로는 상당 부분 회복했다.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산유국들이 가장 꺼리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석유·가스 투자액을 웃돌았다. 그동안 산유국들은 유가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최대한 늦추려 했다. 석유는 이들 국가 재정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닛케이는 “OPEC+는 지난해 5월 협조 감산을 시작하고 나서 수요 회복 상황에 맞춰 생산량을 조정했다. 이에 유가가 올라도 배럴당 70달러 안팎으로 수렴할 수 있었다”며 “천연가스 가격 급등을 계기로 셰일유 부활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우려되는 유가 급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철강과 종이, 유리, 시멘트, 화학제품 등을 생산하는 영국 기업들은 정부가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으면 공장을 폐쇄하거나 증가하는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천연가스와 전기의 주 사용자인 이들 기업은 겨울까지 계속될 수 있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 화학산업협회의 스티븐 엘리엇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은 비용 상승으로 인해 몇 주 안에 공장 폐쇄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UK스틸 역시 “영국은 앞으로도 자주 에너지 가격 급등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생산의 추가 중단과 공장 폐쇄 등 장기적인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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