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글로벌 원전] 탈탄소 딜레마에 전력난 빠진 전 세계, 원전으로 다시 눈 돌려

입력 2021-10-05 16:51수정 2021-10-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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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정책 부작용,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져
OPEC+ 산유량 유지 결정도 불안 부채질
영국, 원전 축소 방침서 선회 움직임 주도

▲프랑스 리용 인근의 한 원자력 발전소. 리용/AP뉴시스
전 세계가 탈(脫)탄소 딜레마에 빠지면서 원자력발전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각국의 친환경 정책으로 주요 에너지원이었던 석탄 화력발전이 제한되는 가운데 전력난을 호소하는 국가들이 늘어가고 있다. 최근 여러 이유로 재생에너지가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예전 같으면 석탄 화력발전량을 늘렸겠지만, 탈석탄 정책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석탄발전을 늘릴 수 없게 되자 전력 공급난이 발생한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 플러스(+)가 4일(현지시간) 산유량을 유지하기로 결정,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것도 지금의 에너지 위기와 전력난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불안을 부채질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탄소 중립 정책과 주요 석탄 수입국이었던 호주와의 마찰로 인한 석탄 공급 급감이 맞물리면서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유럽은 풍력 발전량 감소, 천연가스 가격 폭등 영향으로 전기요금이 치솟았다. 이에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제까지 외면해왔던 원전을 다시 주목하는 국가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원전에 대한 영국인 인식 변화. 단위 %. 하늘색:2012년/파란색:2021년. 앞에서부터 ‘원전이 기후변화에 도움 된다’는 것에 강하게 동의/가볍게 동의/동의나 반대 어느 쪽도 아님/가볍게 반대/강하게 반대/모르겠다. 출처 스태티스타
대표적인 국가가 영국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자금 부족으로 사실상 백지화됐던 웨일즈 와일파(Wylfa) 지역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고 있다. 힝클리포인트C와 시즈웰C 등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이외에 추가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전 회사 웨스팅하우스와 벡텔(Bechtel Group)이 구성한 미국 컨소시엄과 대형 원자로 건설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이와 별개로 롤스로이스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제안한 ‘소형 모듈 원자로(SMR)’ 건설 사업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원전은 선진국 사이에서 주목받는 선택지가 아니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하자 주요국 정책 입안자들이 원전 건설을 주저했다.

영국도 당초 2024년까지 원전 비중을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북해 풍력 발전량 급감으로 원전에 대한 이러한 기존 방침을 선회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전력난 재발을 막기 위해서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원전 필요성 부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4일 에너지 위기 대책회의에서 “영국의 미래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며 풍력과 태양광에만 의존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 6개의 신규 대형 원자로가 필요로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도 원전을 기후변화 대응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 등에서는 원전 폐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에너지 대란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유럽연합(EU)은 원자력이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프랑스 방식을 따라야 한다"며 "우리는 이 모델 덕분에 더 많은 독립성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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