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헝다그룹, 홍콩증시서 거래 정지...중국, 부동산 옥죄기에 기업 중장기 대출 28% 급감

입력 2021-10-04 16:03수정 2021-10-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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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헝다물업과 함께 거래 잠정 중단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 허성촹잔, 헝다물업 지분 51% 취득 계획”
기업·개인 자금 조달 부진에 향후 경제 성장 둔화 우려

▲지난달 23일 중국 상하이 헝다 건물 앞에 중국 국기가 보인다. 상하이/EPA연합뉴스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영문명 에버그란데) 주식 거래가 홍콩증시에서 정지됐다. 중국 당국은 헝다에 대한 직접 구제보다는 이번 사태가 다른 기업과 산업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부동산 옥죄기’ 여파에 따른 기업 자금 조달 환경 악화로 경제에 깊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홍콩증시에서 헝다그룹과 헝다의 부동산 관리 사업 자회사인 헝다물업 주식 거래가 잠정적으로 중단됐다”며 “다만 홍콩거래소에는 거래 정지 이유가 공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같은 날 소식통을 인용,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 허성촹잔이 헝다물업 지분 51%를 400억 홍콩달러(약 6조 원)에 취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허성촨잔의 주식 역시 이날 거래 정지됐다.

작년 말 기준 총부채가 우리나라 돈으로 350조 원 수준에 달하는 헝다는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헝다 주가는 올해 들어 약 80% 하락했으며, 동사의 채권 가치 역시 투자자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헝다는 자금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리사 저우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헝다물업 매각이 헝다의 유동성 경색에 단기적인 안도감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 애널리스트인 다니엘 팬은 “이것은 또한 개발사에게 역외 자금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어다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헝다의 전면적인 구제보다는 금융 시스템의 파탄 등 그 충격이 다른 기업이나 경제 분야 등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수준의 개입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주 금융권에 주택구매자와 부동산 업계 지원을 위한 여신 완화를 촉구하는가 하면, 인민은행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헝다발 위기의 파급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 내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한 영향으로 기업과 개인의 자금 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해 향후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 은행권의 기업용 중장기 대출은 전년 동월 대비 28%나 급감했다. 중국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로 인해 외채 발행도 감소했다. 8월 은행에 의한 개인용 중장기 자금 융자도 2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융통 문제와 더불어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강해지면서 설비 투자 움직임도 크게 둔화하고 있다. 중국의 1~8월 설비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10% 이상 감소했던 2020년 같은 시기를 한층 더 밑도는 수준이다.

닛케이는 “중국 정부에 있어 적절한 채무 관리는 중요한 과제이지만, 자금 조달 부진은 고정자산투자 등의 감소로 이어져 경기회복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향후 성장률을 크게 둔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중국 당국은 채무 증가의 억제와 경제의 안정적 성장이라는 두 가지 어려운 과제와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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