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무위, ‘대장동’ 정쟁 빼고 감사하라

입력 2021-09-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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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다음 달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들여다볼 사안은 아니라고 하지만, 여러 질의에 대비해 관련 자료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 정무위 의원들이 집중하고 있는 부문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다. 막대한 개발 이익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모 단계에서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유일한 자산관리회사였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민간사업자 공모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3개 컨소시엄은 △성남의뜰 컨소시엄(하나은행·국민은행·기업은행·동양생명·하나자산·화천대유) △메리츠증권 컨소시엄(메르츠종합금융증권·외환은행) △산업은행 컨소시엄(산업은행·부산은행·전북은행·대우증권)이었다. 은행과 증권사로만 구성된 2개의 컨소시엄과 달리 하나은행을 주관사로 한 ‘성남의뜰’만 유일하게 자산관리회사를 포함했다. 일각에서는 자산관리회사의 포함 여부가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모 구조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때문에 하나은행이 주관사로 있던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게 야당 쪽 의원들의 시각이다.

2015년 2월 13일에 공표된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에는 평가 항목으로 ‘자산관리회사 설립 운영계획’이 포함됐다. 사업계획(650점)과 운영계획(350점)으로 구분된 배점표에서 자산관리회사 부분은 운영계획상에서 상대평가 방식으로 총 20점이 배점됐다. 평가 항목 점수가 1000점 만점으로 화천대유가 차지한 점수 20점이 미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다른 컨소시엄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목하고 싶은 점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화천대유를 포함하면서 유리한 평가 기준을 사전에 알았느냐의 여부다. 화천대유는 민간사업자 공모지침 발표 일주일 전인 그해 2월 6일에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설립된 신생 회사다. 다시 말해 보수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은행권이 막 태생한 자산관리 회사를 컨소시엄에 포함하면서 1조1500억 원 규모의 개발사업에 뛰어든 점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메리츠증권·산업은행 등 3개 컨소시엄은 공모지침 발표 후 한 달 후 그해 3월 26일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다음 날인 27일에 화천대유를 포함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1조1500억 원 규모의 개발사업을 책임질 민간사업자의 심사 과정은 하루 만에 끝났다.

정무위는 국정감사 직전에 화천대유 사태가 터지다 보니 여러 의원들이 관련된 금융당국과 은행권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투자 수단을 제공한 SK증권을 비롯해, 우선주 투자 및 대출자로 나선 은행권의 실무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했다.

이에 각 금융회사별로 대관 인력들을 국회에 상주시키며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화천대유 사태와 한발 비켜간 금융회사들은 이와 무관한 인사들을 증인으로 불러 시선을 돌리려 한다는 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정무위 국정감사의 화두였던 사모펀드 사태를 다시 끄집어낼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열리는 국정감사다. 자칫 현안을 검증하기보단 대선주자 검증대로 변질될 수 있다. 매년 정책 질의보다는 정쟁 국감으로 변질된 터라, 이런 우려가 현실감이 깊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감장에 서는 만큼 가계부채와 가상자산(가상화폐) 등 현안도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정치인, 법조인 등이 연관되며 국정감사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 같은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본질에서 벗어나는 정쟁보다 국민적 의혹을 파헤치는 현안 중심의 국감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고 있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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