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길 가는 삼성·LG, 헬스케어·전장 투자 줄이어

입력 2021-09-23 15:01수정 2021-09-2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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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광모 회장 지원 속에 전장 M&A 속도
삼성, 투자 자회사 통해 헬스케어 등에 투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같은 듯 다른 미래 신사업 투자 행보를 걷고 있어 주목된다.

LG전자는 구광모 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전장 기업 인수합병(M&A)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M&A 대신 투자 자회사를 통해 헬스케어 등 신사업 분야의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 중이다.

LG전자, 사이버보안 업체 '사이벨럼' 지분 63.9% 확보… 연내 주식 추가 취득

LG전자는 23일 이스라엘 사이버보안 업체 ‘사이벨럼’의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사이버보안 분야 경쟁력을 조기에 갖추고 전장사업의 보안체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최근 기술 발전과 더불어 보안을 위협하는 유형도 점차 다양해지면서 자동차 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인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사이버보안의 국제 기준은 강화되고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LG전자는 사이버보안을 강화하는 세계 각국의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완성차 업체들의 혁신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분 인수 이후에도 사이벨럼은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며 완성차 업체, 자동차 부품 회사 등 기존 고객사들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기존 경영진도 그대로 유지한다.

LG전자는 사이벨럼과 함께 전장사업의 사이버보안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글로벌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급성장하고 있는 자동차 사이버보안 시장을 조기에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을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등 3개 축으로 재편하며 미래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LG전자가 사이벨럼의 사이버보안 역량을 활용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신뢰도 높은 부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혁신 파트너’라는 전장사업 비전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는 자동차 부품 설계, 개발, 운행 등 라이프사이클 전반에서 사이버보안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어 의미가 크다. 단적인 예로, 달리는 자동차를 멈추게 하는 등의 치명적인 해킹 위협을 방지하는 건 이제 필수라는 얘기다.

전장 사업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 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챙기는 사업 분야다. 최근 3년간 잇따라 M&A를 성사시키는 등 전장사업 재편 및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고 있다.

2018년 8월 차량용 조명 시장 선두기업인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 업체 ZKW를 1조4000억 원에 인수했으며, 올 초에는 글로벌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업인 스위스 룩소프트와의 조인트벤처 ‘알루토’를 출범시켰다.

이어 7월에는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전자동력장치) 분야 합작법인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사이버보안 분야 투자가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해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등 전장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맥 끊긴 대형 M&A… 헬스케어 등 스타트업 지분 투자로 선회

2017년 하만을 인수하며 전장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삼성전자는 아직은 전장사업에서 이렇다 할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정 기간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전장사업 특성상,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리스크 장기화로 대형 M&A 맥이 끊겨버린 게 치명적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내놓은 240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에서도 전장부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3년 전인 2018년 180조 원 투자계획에선 전략사업 중 하나로 전장부품이 언급된 것과는 상반된 상황이다.

이는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영역 등 전략적으로 더 중요하고 시급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넥스트가 투자한 여성 전용 원격진료 스타트업 '알파 메디컬' (사진출처=알파 메디컬)

아직 그룹 차원의 투자 운신의 폭이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만큼, 직접 지분을 인수하기보다는 삼성넥스트·삼성벤처투자 등 투자 자회사들을 통해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는 식으로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올해 이들 자회사의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헬스케어,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는 업종에 집중돼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넥스트는 최근 여성 전용 원격의료 기업 '알파 메디컬'에 투자했다.

알파 메디컬 이용자들은 연간 120달러를 내면 개인 계정을 통해 원격진료를 받고, 이 기록을 저장할 수 있다. 병증의 상황이나 치료 상태에 따라 15~30달러를 추가하면 의료인력 방문 등의 추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앞서 5~7월엔 원격의료 스타트업 '휴마', 피트니스·헬스케어 플랫폼 업체인 '테라', 디지털 운동 플랫폼인 '오베 피트니스' 등 한 달에 한 번꼴로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의료기술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외에 NFT 플랫폼 업체 니프티스(삼성넥스트), NFT 관련 게임업체인 애니모카(삼성벤처투자) 등도 삼성의 투자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삼성전자가 여러 차례 공언한 '3년 내 의미 있는 M&A'의 후보 사업군으로 여전히 전장이 거론되는 만큼, 대규모 추가 투자 가능성은 열려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열린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나 5세대(G) 통신, 전장부품 등에 대한 M&A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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