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ㆍ車·철강·화학·정유 성장세…대규모 수주 조선업은 차후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산업계가 완연한 ‘V자 반등’에 성공했다. 펜트업(Pent Up·억눌린) 수요 확산이 지속하면서 전방산업이 호조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수출산업들의 실적이 동반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4분기에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중국 헝다그룹 부실 여파 등에 따른 충격을 이겨내는 것이 실적개선 지속 가능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22일 산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전자ㆍ반도체, 화학, 정유, 철강, 자동차 분야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전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의 경우 최근 대규모 수주에도 실적 회복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폴더블 스마트폰의 흥행에 힘입어 3분기에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3분기 매출은 70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 역시 15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숫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하반기 반도체 수요 증가와 계절적 성수기에 힘입어 작년 3분기보다 영업이익이 3배 증가한 4조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까지 D램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는 신규 CPU 채용 확대와 주요 고객사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견조한 서버와 모바일 수요를 나타냈다. 시스템반도체는 스마트폰 성수기 진입으로 수요가 늘고, 글로벌 IT 제품과 TV 수요 증가에 따라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던 정유ㆍ석화업계는 3분기에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6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289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S-Oil)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47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손실 93억 원에서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정유사들은 사업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2년 만에 배럴당 5달러를 돌파하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윤활유 사업이 강세를 보인 덕에 상승세를 탔다.
한편, 석화업계는 미국 허리케인 ‘아이다’의 여파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반사 이익을 봤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26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9021억 원 대비 39.7% 늘었다.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대비 10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474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여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인 1938억 원 대비 147% 늘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58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2138억 원 대비 17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사들도 호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특히 포스코(2조3590억 원)는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2분기(2조2006억 원)에 달성했던 신기록을 1개 분기 만에 갈아치우게 된 것이다. 현대제철(6544억 원), 동국제강(2113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59%, 14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사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은 조선, 자동차 등 전방 사업 호조로 철강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글로벌 조강(쇳물) 생산량은 11억6530만 톤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4% 늘어났다. 제철용 원료탄 등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한 점 또한 실적 상승에 이바지했다.
철강사들과 달리 한국조선해양(-693억 원), 삼성중공업(-616억 원), 대우조선해양(-635억 원) 등 조선 3사는 적자에 머무를 전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졌던 수주 부진이 올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돼서다. 올해 따낸 수주는 일러야 내년 하반기 실적부터 잡힌다.
2분기에 나란히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3분기에도 준수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대차는 3분기에 1조799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의 영업익도 1조3301억 원으로 전망된다. 양사 모두 지난해와 비교하면 큰 폭의 개선인데, 지난해 3분기에 반영된 대규모 충당금이 영향을 줬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3분기에 세타2 GDi 등 엔진 리콜과 관련해 각각 2조1300억 원, 1조2600억 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반영했다.
양사의 올해 3분기 실적에도 충당금에 따른 기저효과가 일정 부분 반영돼 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준수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신차 출시가 계속됐고, 국내외 시장의 탄탄한 수요가 이어진 결과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3분기에도 지속하며 현대차와 기아 모두 생산에 일부 차질을 빚었지만, 유연한 공급망 대응으로 경쟁사와 비교하면 차질 규모가 크지 않았다. RV(레저용 차량) 등 고수익 차종을 많이 판매했고, 우호적인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며 생산량 감소의 영향을 일정 부분 방어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4분기에는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완료 증가에 따른 경제활동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미국의 유동성 공급 축소, 헝다그룹을 비롯한 중국 경제의 불안정성 등이 세계 경기 등락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