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개발' 공모 코앞…'현금청산' 공포에 빌라 투자자 '발동동'

입력 2021-09-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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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이달 23일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공모 시작
23일 전에 등기 마쳐야 입주권 주어져
재개발 추진 구역 '신축 막아달라' 요구

#.올해 5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 신축 빌라를 분양받은 A씨는 요새 걱정이 많다. 그는 이 지역이 재개발되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 공사 중인 빌라를 분양받았다. A씨 빌라가 있는 지역에선 실제로 '신속통합기획'(옛 공공기획) 재개발에 도전장을 냈지만 그가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A씨가 아직 빌라 잔금을 못 치렀기 때문이다. 이달 말까지 잔금을 못 내면 재개발이 성사되더라도 A씨는 현금청산 대상이 되고 집을 비워줘야 한다.

23일 전에 등기 마쳐야 재개발 입주권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공모를 앞두고 빌라 수분양자(분양받은 사람)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공모일 전까지 빌라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하면 입주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달 23일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은 사업 타당성 조사, 정비계획 수립 등 사업 초기 단계에 서울시가 참여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제도다. 대신 인허가 절차는 일반 재개발 사업보다 크게 단축된다.

서울시는 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위해 5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제도를 도입했다.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사업지가 선정되면 서울에선 2015년 이후 6년 만에 재개발 신규 사업장이 나온다. 그간 재개발 사업이 꽉 막혀 있었던 만큼 노후 주거지마다 관심이 뜨겁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지역에선 사업 공모일을 권리 산정일로 지정하기로 했다. 권리 산정일은 정비사업장 내 토지주를 조합원으로 인정할 지 따지는 기준일이다. 권리 산정일 이전에 토지권리를 확보해야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고 추후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권리 산정일 이후엔 재개발 구역에서 토지를 사더라도 조합원이 되지 못하고 현금청산만 받고 땅을 내줘야 한다. 현금청산 가격은 감정평가를 통해 책정하는데 통상 시세보다 낮게 매겨진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공모를 앞두고 빌라를 분양받은 사람들의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공모일 전까지 빌라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하면 입주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앞에 신축 빌라 분양 광고가 붙어 있다. 박종화 기자 pbell@

우후죽순 신축 빌라 수분양자 '현금청산 당할까' 발 동동

문제는 우후죽순 늘어나는 신축 빌라다. 연초 그간 재개발이 어려웠던 노후 주거지를 한국토지공사(LH) 등 공공이 나서서 개발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하면서 빌라 매수세에 불을 지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재개발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간 재개발 기대감까지 가세했다.

건축주들은 호기를 놓치지 않고 재개발 호재를 내세워 신축 빌라를 지어 분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에서 건축 허가를 받은 연립·다세대주택은 1380동으로 지난해 상반기(1062동)보다 29.9% 늘었다.

재개발 추진 지역에선 선분양(공사를 마무리하기 전에 분양하는 것) 빌라도 늘고 있다. 공사 초기 단계나 심지어는 건축 허가를 받은 직후 분양을 받는 일도 있다.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공모 전에 공사가 끝나지 않으면 이렇게 선분양으로 빌라를 산 사람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공사가 완료돼야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고 토지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을 준비하는 문주희 장위11구역 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재개발이 된다니까 연초부터 곳곳에서 빌라를 새로 짓고 있다. 땅 파기만 시작하면 분양한다"고 했다. 그는 "오늘도 신축 빌라 수분양자와 상담을 했다. 발을 동동 굴리며 최대한 일찍 등기를 쳐보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재개발 추진 지역에선 구역 내 건물 신축 등을 막는 행위제한을 앞당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신축 빌라가 난립하면 재개발 구역을 지정할 때 중요한 노후 건물 비율이 낮아질 뿐 아니라 현금청산당하는 토지주 등이 재개발 사업을 반대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언제 행위제한을 할지는 현재로썬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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