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00여명' 짐 싸는 서울시 공무원…"조직문화 개선 요원"

입력 2021-09-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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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낸 서울시 공무원 5년 간 2720명…평균 544명
의전ㆍ남성중심문화로 어려움 겪는 직원 많아
서울시도 조직문화 개선 꾀하지만 직원 체감 못 해

▲서울시청사 (게티이미지뱅크)

472, 464, 629, 560, 595.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사표를 낸 서울시 소속 공무원 숫자다. 스스로 '철밥통'을 깬 것이다. 이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둘 만큼 조직문화에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공무원 사회를 떠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보이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12일 이투데이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인사통계'를 집계한 결과 5년간 의원면직을 신청한 서울시 소속 공무원 수는 2720명에 이른다. 평균 544명이 서울시를 떠난 셈이다. 의원면직은 공무원 자신이 사의(辭意)를 표해 공무원 관계를 소멸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사표를 내고 공무원을 그만둔다는 의미다.

연봉이나 복지 등 더 나은 처우를 쫓기도 하지만 공직을 떠난 이들은 '조직문화'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과도한 의전 문화는 물론 만연한 남성중심주의 문화가 비근한 사례다. 여기에 하향식 의사결정까지 더해지면서 업무 보람도 느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 한 자치구에서 3년간 일했다는 A 씨는 "하루는 구의원이 구청에 온다고 이유로 대청소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군대에서 '스타'가 오면 하지 않는 청소를 하듯 구의원 방문 일정에 맞춰 구석구석을 정비했다"며 "상대할 민원인도 많은데 평소 안 하는 일까지 도맡다 보니 '이러려고 공무원 했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치구뿐 아니라 서울시 일부 부서에서는 '차 준비'를 여전히 여성 공무원에게 맡기는 모습도 포착됐다. 공직과 사기업을 가리지 않고 손님을 맞이할 때 보통 가장 최근 입사한 직원이 다과를 준비한다. 하지만 일부 자치구와 서울시 부서에서는 소위 '막내'가 있어도 여성 공무원이 차와 과일을 내오는 경우가 있다. 남성중심문화가 팽배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로 업무 보람도 느끼기 어렵다. 10여 년간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다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B 씨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도 위에서 안 된다고 하면 다 엎어진다"고 비판했다. B 씨는 "요즘은 신규 공무원은 '고(高) 스펙'이 많고 똑똑한 친구들이 많은데, 윗사람 생각에 따라 사업 전체가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서울시(본청)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청렴도 측정 조사에서 7.03점을 받았다. 이는 전체 광역지방자치단체 평균보다 낮은 점수다. 이 조사에 따르며 업무지시(7.23점) 및 조직문화(7.2점) 점수가 낮았고, 인사 항목은 5.99점으로 가장 저조했다. 부당한 인사와 업무지시를 받아도 신고할 방법이 없고, 부서장이 업무책임을 회피하는 일도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2017년 소속 공무원 사망을 계기로 △인사제도 개선 △업무부담 완화 △직원 사기 제고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세부 시행과제를 발표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이후로 '성평등 조직문화 확산 및 정책의 성인지성 강화 계획' 등도 추진했다.

특히 공무원 '탈 조직' 현상이 서울시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올해 1월 말 기준, 본청과 자치구에서 일하는 서울시 공무원 수가 4만여 명에 이른 만큼 조직을 떠난 공무원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럼에도 현직 공무원들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서울시 C 공무원은 "일이 터지면 여러 대책을 발표하고 관련 평가나 교육을 시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변한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이유로 평생직장을 놔두고 이직을 염두에 두는 젊은 공무원이 많다"며 "문제를 찾고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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