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가계부채 ‘총량·속도·질’ 모두 문제...선제적 조치 절실”

입력 2021-09-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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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상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 “경제·금융위기 아니지만 가계부채 누적·자산시장 과열”

▲신용상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센터의 수장이라기보다는 구성원의 일인으로서 ‘책임이 좀 더 많은 종놈’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며 “동료들과 협력해서 우리나라가 직면할 수 있는 위험들을 잘 식별하고, 경제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경계신호를 보내고, 위기로 발전되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워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한국 경제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가계부채’ 문제의 크기와 악화 속도가 가늠하기 어렵다. 주택·주식 등 자산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으로 빚이 크게 늘어났고,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급증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금융당국이 시장 개입을 통해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최고치에 달했던 7월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리스크연구센터를 신설했다. 가계부채와 자산시장에 대한 리스크를 놓고 대응 메뉴얼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의 양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가계부채, 자산버블 등 향후 우리 경제에서 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금융 리스크들의 현황을 분석, 경계신호를 보낸다. 혹시 발생할지 모를 금융위기 시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주요 업무다. 금융당국과 협조해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 역시 핵심 업무 중 하나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 관련 모든 리스크가 연구 대상이다. 총 9명의 연구원이 거시국제경제, 가계부채, 기업부채, 자산시장 등 금융 관련 모든 리스크를 연구한다. 초대 센터장은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그는 “지금이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발생한 막대한 부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가계부채심각” 시장실패, 정부 개입 적절= 신 센터장은 현재 우리가 처한 위험은 심각한 경제·금융적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사회·보건상의 위험으로 판단했다. 그는 “경제 내에 잠재적인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는데 막대한 가계부채 누적과 주택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 과열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선제적 조정을 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등 양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부채가 누적됐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 국가에서 자산가격에 거품이 형성된 것으로 봤다. 신 센터장은 “선진국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주로 정부부채를 동원한 반면 우리나라는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신흥국들은 정부부채와 민간부채를 망라한 총체적인 부채 누적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IMF에서 신흥국 부채에 대한 경고가 나왔는데, 현 상황에서 미 연준이 통화정책을 전환하게 되면 신흥국 긴축발작이 불가피하다”며 “현 상황에서 향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진행되면 IMF의 경고와 같이 신흥국뿐만 아니라 일부 선진국에서도 긴축발작 및 위기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덧붙여 “경우에 따라 국내로의 전이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경제의 약한 고리인 가계부채 및 자산시장이 어려움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현재 총량 규모, 증가 속도, 부채의 질 측면에서 모두 문제로 팬데믹으로 인해 부채 확대가 일부 불가피한 측면까지 겹쳤다”면서 “당장 위기로 전이되지는 않겠지만 사전적, 예방적 차원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가계부채의 원인에 대해서는 저금리의 장기화와 금융기관의 안전 위주의 대출 관행, 자산가격 급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안전 위주의 대출 경향은 확실한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 공급을 늘리는 원인이 됐고, 정보 보증을 기반으로 하는 공적모기지 공급 증가도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금융당국은 가계가 돈을 빌리기 어렵게 총부채원리금상환(DSR)비율 등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규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전세대출, 신용대출, 정책모기지, 제2금융권으로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고 팬데믹으로 인한 생계형 대출수요 증가도 가계부채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 실패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가계부채를 시장에 맡긴 결과 자금의 과도한 쏠림이 발생하는 등 버블이 일어난 만큼 정부가 나서서 시장 안정화에 나서는 것은 내용을 떠나서 시기상으로는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금리 1.25%까지 충분히 버틸 능력 있어= 우리나라는 올해 4% 정도의 경제성장이 기대되고 물가도 통화정책 목표치인 2%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내년 3% 정도의 성장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는 내년 상반기 중에는 팬데믹 이전 잠재성장률 수준의 정상 성장 경로로 복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신 센터장은 “주택가격 급등 등 금융 불균형이 아니더라도 거시경제 여건만으로도 기준금리 인상 명분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며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관리와 주택가격 조정을 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대출자들의 금리 부담이 임계치 수준을 넘어야 가능한데 0.25%포인트 가지고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 수준이 충분치 않다고 본 것이다.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팬데믹 발생 이전 기준금리가 1.25%였고, 그 당시에도 초저금리라고 해서 기준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팬데믹 발생 이전 정도의 기준금리 수준까지는 인상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은 앞으로의 금리정책의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향후 추가 인상의 신호, 인상의 폭과 속도가 더 중요하다.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는 것은 경제에 무리한 충격을 줄 수 있어 거시건정성 대책과 조합을 이루어 점진적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집값을 잡는 문제가 통화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정부 당국 간 정책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신 센터장은 “현재 국내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금융규제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부동산정책, 재정정책과 함께 정책당국 간 정책적 공조가 필수적이다. 속도 조절도 필요한데,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에게 충격이 되지 않도록 점진적이면서 꾸준히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동산정책은 집값에 대한 잠재수요자들의 기대(expectation)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가계부채 및 가수요 관리를 통해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차단하는 방안을 지속하면서 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예측성과 실효성을 담보한 주택공급전략 수립을 통해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꼽았다.

◇빚투·영끌 안돼… 가상자산 가치는 판단 유보= 신 센터장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통칭)에서 일고 있는 주식 열풍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산포트폴리오가 전부 부동산에 몰려 있는데 좋지 않은 현상”이라면서 “젊은 세대의 주식투자는 금융시장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같은 무리한 투자는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신 센터장은 “과거 경험한 모든 자산 버블-붕괴 위기의 시나리오를 고려할 때 현재 경제·금융 상황은 그 막바지 국면의 중간쯤 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현 국면은 MZ세대들이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자기 자금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은 몰라도 빚투를 하거나 영끌을 해서 낼 수 있는 자산수익률이 미미한 수준에 와 있는 반면, 위험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환능력범위를 넘어서 빚을 내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이제는 정말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권 최대 이슈인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했다. 그는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장이라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내재 가치가 확실하지 않아 리스크가 큰 것만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통화나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은 실체가 불분명하지 않은 만큼 가치 판단이 어렵다는 시각이다. 그는 “모든 시장은 깊이가 있고 두께가 있는데 가상자산 시장은 그렇지 않다. 주식시장의 경우 진폭이 있고 실적 같은 확고한 가치가 뒷받침이 되는 데 반해 가상자산은 어떤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면서 “허구적인 수요와 공급으로 이루어진 시장이라 내재 가치 판단을 유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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