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내전이 지구온난화 가속화"...기후변화와 분쟁의 ‘악순환 고리’

입력 2021-09-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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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내전 등 분쟁이 지구온난화 가속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내전 격화시켜
"소말리아, 시리아, 말리 등 내전도 비슷한 양상"
기후 문제, 탈레반에도 큰 위협 될 것

▲8월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국외 탈출을 위해 주민들이 담을 넘어 공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내전이나 국제 분쟁이 지구 온난화 속도를 높이고, 또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분쟁을 격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의 기후 변화와 전쟁 상황을 짚으며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NYT에 따르면 아프간 일부 지역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두 배가량 빠르다. 또 봄 강수량이 줄어드는 등 최근 3년 새 두 번째로 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간의 긴 전쟁이 기후변화 문제를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누르 아마드 아쿤자다 카불대 수문학 교수는 “10년 동안 아프간 국가 예산의 50% 이상이 전쟁에 쓰였다”며 “전쟁이 기후 변화를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NYT는 반대로 기후변화가 기존 분쟁을 격화하거나 새로운 문제를 일으킨다고도 지적했다. 농업을 주로 하는 아프간에서 가뭄 등으로 인한 물 부족 문제가 갈등을 유발해 사회적 자원을 소모한다는 것이다.

아프간의 기후변화는 식량문제와 직결된다. NYT에 따르면 아프간 국민 3명 중 1명이 유엔 기준 식량 불안 위기 상태이며, 전쟁으로 인해 농민들이 제때 작물을 재배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는 전년 대비 작물의 40%가 소실되고, 밀 가격이 25% 올랐다고 밝혔다. 또 구호단체 자체 식량 비축량은 9월 말 모두 소진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비단 아프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노트르담대학이 개발한 지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25개국 중 12개국 이상이 분쟁을 겪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오랜 내홍을 겪고 있는 소말리아의 경우 1990년 이후 이상기후 현상 발생 빈도가 3배 증가했다. 대다수 시민은 이상기후의 영향에서 회복하기 버거웠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만 100만 명이 넘는 소말리아인이 가뭄 피해를 겪었고, 이 중 3분의 1이 이재민 신세가 됐다.

노트르담대학 연구진은 10년째 지속 중인 시리아 내전 역시 궁극적으로는 기후변화가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장기간 지속된 가뭄이 사람들을 농촌에서 몰아내고 반정부 정서를 일으켜 2011년 폭동으로 비화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말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구호단체는 말리의 내전 격화로 인해 농민과 목동들이 가뭄과 홍수에 대응하지 못하고 터전을 잃고 있다고 알렸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8월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대통령궁을 장악한 모습. (연합뉴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최근 한 보고서를 통해 “기후 변화와 내외부 갈등이 식량 부족과 경제적 불안정, 의료 불균형, 국가 공공서비스 등에 악영향을 준다”고 경고했다.

물론, 이 같은 국가적 분쟁은 기후 변화가 전적인 원인은 아니다. 그러나 온난화를 통한 기후 변화의 위협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마샬 버크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후 변화가 내전과 사회갈등의 유일한 요인이거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근거로 국제사회가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무시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고, 미군이 철수하며 아프간 전쟁이 끝났다고 하지만 아직 아프간에는 여러 위험 요인이 남아 있다. 우선 판지시르를 주둔지로 하는 북부동맹이 반 탈레반 연합을 이끌고 있다. 탈레반의 공격이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내전이 장기화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귀비 꽃. 기사내용과는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또 당장 가뭄에 대비할 여력도 부족하다. 이미 식량난에 직면해있기도 하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간 어린이 200만 명이 이미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국민의 75%가 농업에 종사하는 아프간이지만 가뭄으로 인해 안정적인 식량 수급이 어려울 전망이다. 또 탈레반은 국가 이양과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도입하는 데 대부분의 신경을 쏟고 있는 행보를 보인다.

그러나 기후 문제는 탈레반에게도 주요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NYT는 주장했다.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 재배를 금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 양귀비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작물이기 때문에 당장 양귀비의 수익성과 재배 효율성을 대체할 작물이 없다고 분석한다. 양귀비 농업은 탈레반의 주요 자금줄이었기에 치명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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