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압박 커지는 글로벌 중앙은행…찬반 논쟁도 격화

입력 2021-09-04 14: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파월 연준 의장 연임에 ‘기후 대응 미흡’ 이유로 반대 목소리
“중앙은행, 친환경 기업 회사채 매입 확대 등 공헌할 수 있어”
그린버블 촉발·독립성 훼손 등 우려 만만치 않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스크린에 2019년 12월 11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뉴욕/AP뉴시스
글로벌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면서 찬반 논쟁도 격화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을 포함해 미국 집권 민주당 내 극좌파 진영이 기후변화 대응과 금융규제에 미온적이었다는 이유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고 최근 CNN방송이 전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와 라시드 탈레브 등 민주당 내 급진 좌파 하원의원들은 지난달 말 내놓은 성명에서 “우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 위험을 제거하고 인종 문제와 경제적 정의에서 개선될 수 있도록 연준을 재구성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연준이 파월의 리더십 아래 기후변화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위험을 완화하려는 조치를 거의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연준을 포함한 세계 중앙은행들은 대부분 물가와 고용 안정을 핵심적인 임무로 삼고 있다. 미국 의원들의 성명은 중앙은행들에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새 임부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역사를 돌이켜보면 중앙은행의 모습은 확실히 균일하지 않다며 통화 공급과 금융정책 운영, 금융시스템 안정 등을 근간으로 하는 임무도 시대와 함께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보고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의 선택이 리버럴파와 보수파를 나누는 기준이 된 것처럼 중앙은행 역할을 놓고도 대립축이 형성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패트릭 호노헌 전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통화정책과 같은 핵심적 임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기후변화 문제에 관여하는 2차적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의 주역은 물론 재정정책과 규제를 펼치는 정부이며 중앙은행은 어디까지나 조연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환경에 많은 부담을 주는 기업 회사채 매입을 줄이거나 기후정책 파이낸스를 측면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공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 금융 리서치 부문의 멜리나 파포우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중앙은행의 자산 구성이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회사채 매입에서 친환경 기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존 코크란 선임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금융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리는 지구 온난화 방지에 임한다고 한다면 전쟁이나 사이버 공격 억제 등에도 나서야 한다는 소리”라며 “본분을 벗어난 이런 일탈은 그린버블마저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마빈 킹 전 총재도 “기후변화와 같은 정치적 영역에까지 관여하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중앙은행에 부여된 임무가 다양해져 그 책임도 무거워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며 “그러나 정치나 여론에 부합해 중앙은행의 새로운 존재 이유를 확립하고 싶다는 의도도 보인다. 포퓰리즘과 종이 한 장 차이의 위태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정한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기후변화 문제에 효과적으로 관여할 정책 수단이 정말로 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