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세터 삼성] 삼성, 모바일 첫 '트렌드세터' 등극한다

입력 2021-08-31 16:17수정 2021-09-0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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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애플에 밀렸던 삼성… 갤럭시Z 시리즈로 폴더블폰 시장 이끌어

▲갤럭시Z플립3 (조현호 기자 hyunho@)
“폴더블폰은 디바이스 측면에서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의 산업으로 파급 효과가 커 삼성전자가 꼭 하고 싶은 분야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만족할 정도가 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던 고동진 사장(IM부문 대표이사)은 2016년 '갤럭시 언팩'에서 폴더블폰 출시를 묻는 말에 이렇게 말했다.

2013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13’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윰(YOUM)’이라고 불리는 접히는 디스플레이를 발표한 이후, 폴더블폰에 대한 기대감은 매년 커졌다.

다만 출시까지는 무려 6년이 더 걸렸다.

그만큼 폴더블폰은 기술적인 부분을 극복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왜 접어야 하나”란 소비자의 질문에 명확한 해답도 제공해야 했다.

출시 이후에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9년 출시된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는 각종 우여곡절을 겪었다. 미국에서 불거진 화면 결함 논란으로 출시가 다섯 달이나 늦춰졌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뭔가 접고 싶다면 핫도그나 종이, 스카프, 의자를 접는 게 낫다”고 비꼬았다.

“없어서 못 판다”… 트렌드 선도한 삼성 폴더블폰

지난 27일 삼성전자가 출시한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는 그야말로 흥행 돌풍이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선 이미 갤럭시노트20과 갤럭시S20의 사전 예약판매량을 넘겼고, 해외 시장에서도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데 따른 효과다. 모바일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트렌드 세터(Trend setter)’에 등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렌드 세터는 ‘시대의 풍조나 유행 등을 조사하는 사람, 선동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소비자의 요구를 민감하게 알아채고 많은 사람을 그 방향에 관심을 갖도록 선도하는 걸 일컫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모바일 분야에서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했지만,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라는 이미지를 벗진 못했다.

피처폰 시절에는 노키아가 절대 강자였고, 스마트폰 시대는 애플이 열었다. 애플 아이폰이 성공을 거두면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로 추격전을 펼쳤지만, 애플과 세기의 디자인 특허 전쟁을 치르는 등 빠른 추격자로서 충분한 교육비를 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 시리즈로 없던 시장을 만드는 동시에, 시대의 유행을 이끌어 가는 트렌드 세터로의 첫 걸음을 뗐다.

패스트팔로어는 그만…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라”
▲지난 2019년 첫 선을 보인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 (AP뉴시스)

삼성이 스마트폰 초창기부터 폴더블폰 연구개발에 나선 건 수십 년 앞을 내다본 ‘생존 전략’이다.

“창조적 발상이 결집된 상품과 서비스를 남보다 먼저 시장에 내놓는 기회 선점적 경영을 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 꼭 할 일이라면 빨리 뛰어들어 기회를 선점하거나 최소한 기회손실을 방지해야 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타이밍과 스피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3분기 처음으로 애플과 노키아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후, 연간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퍼스트 무버(시장 선구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최근 몇 년간 시장은 정체기에 빠졌고, 삼성전자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라인업에선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을 받는 샌드위치 신세다. 수익성에서 애플에 크게 뒤지고 있으며, 판매량에서도 지난 6월 기준으로 중국 샤오미에 처음 1위를 내줬다.

겉으로 보기에 무선사업부를 포함한 IM 부문 실적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IM 부문 매출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00조 원을 밑돌았지만, 영업이익은 11조4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 늘었다.

올 상반기 역시 7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판매량이 늘어서라기보다 비용 절감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는 얘기다.

특히 삼성 스마트폰의 상징인 ‘갤럭시S’ 시리즈의 판매 부진은 심상치 않다. 올해 1월 출시된 갤럭시S21 시리즈의 6개월간 판매량은 1350만대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1700만 대가량 팔린 갤럭시S20보다 20%가 적다. 2019년 갤럭시S10의 상반기 판매량과 비교하면 47% 급감했다.

삼성이 트렌드를 선도한 갤럭시Z 시리즈가 중요한 이유다. 피처폰 → 스마트폰 → 폴더블폰으로 이어지는 3세대 휴대전화의 트렌드를 선점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 애널리스트는 “폴더블폰은 향후 스마트폰의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폴더블폰의 가격은 현재 대세로 자리잡기에는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비폴더블 스마트폰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의 하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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