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로봇 전쟁에 뛰어든 車 회사들

입력 2021-08-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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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혼다 20여년 전 인간형 로봇 개발…美 테슬라도 로봇 개발 착수

▲서울모터쇼에 등장한 혼다의 보행로봇 '아시모'. 한발로 서 있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당시로서는 첨단 혁신기술이 가득한 로봇이었다. 혼다의 연구개발 역량이 응집된 만큼, 이후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매김했다. 혼다의 로봇 전략은 이제서야 해당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여느 자동차 기업보다 무려 20여년 빨랐다. (뉴시스)

2005년 4월 서울모터쇼 개막식. 일본 혼다가 개발한 인간 형태(휴머노이드)의 로봇 ‘아시모(ASIMO)’가 깜짝 등장했다.

당시 수입차 시장에 느지막이 뛰어든 혼다는 어코드와 CR-V 등 두 차종으로 단박에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랐다. 아시모의 등장은 ‘기술의 혼다’를 보여주기 위한 깜짝 이벤트였다.

절정은 서울모터쇼가 이어진 5월 5일 어린이날. 아시모는 어린이날을 맞아 무대 위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동요에 맞춰 율동까지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한일 양국 관계가 요즘과는 사뭇 달랐다. 덕분에 혼다가 만든 보행 로봇은 어른들의 큰 관심,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혼다는 2003년 '혼다 제트'를 앞세워 일찌감치 소형 비즈니스 항공기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최근 등장한 도심항공교통과 콘셉트 자체가 다르지만 차 기업으로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례적인 행보다. 20여년이 지난 요즘, 독일과 일본ㆍ한국 자동차 기업이 속속 '도심항공교통'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항공기를 개발해본 혼다는 UAM으로 빠르게 방향 전환이 가능한 자동차 회사 가운데 하나다. (출처=혼다뉴스룸)

◇車기업 혼다, 20여 년 전부터 로봇과 항공기 개발

혼다 ‘아시모’는 2000년 11월 처음 등장했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이른바 ‘보행 로봇’은 어디에 내놔도 눈길을 끌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혼다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에도 아시모는 진화했다. 계단을 오르거나 무대를 뛰기도 했다. "로봇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뒷걸음질까지 성공했다.

로봇 개발이라는 이례적 행보를 보인 혼다는 항공기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2003년, 첫 항공기인 7인승 소형 비즈니스 여객기 '혼다 제트'를 선보였다.

혼다의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1906~1991)’가 이미 세상을 뜬 뒤였지만, 혼다는 창업주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로봇과 항공기는 소이치로의 꿈이기도 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가 만든 로봇과 항공기는 당시 비난의 대상이었다. “뜬구름 잡는 혼다”라는 비아냥도 이어졌다.

그렇게 20여 년이 지났다. 그 사이 세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현재 글로벌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앞다퉈 로봇 산업과 도심 항공교통(UAM)에 뛰어들고 있다.

혼다가 이야기하던 '꿈(夢)'은 단순한 상상력을 넘어 현실로 다가왔다. 로봇과 항공기 개발은 자동차 기업으로서 혼다가 얼마만큼 앞서 나갔는지를 가늠하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혁신기업의 아이콘 테슬라는 전기차와 우주왕복선에 이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에도 나선다. 테슬라는 내년께 선보일 이른바 '테슬라봇'이 약 170cm의 키에 시속 8km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출처=테슬라미디어닷컴)

◇美 테슬라, 전기차와 우주 왕복선 이어 인간형 '로봇' 개발

자동차 기업들도 이제 속속 로봇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지난 19일 올해 '테슬라 AI데이'를 통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이른바 '테슬라봇'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오늘날 인간이 할 수 있는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한다면 인건비를 절감해 세계 경제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공언한 인간형 로봇은 키(높이) 170cm로 약 19kg의 짐을 운반할 수 있다. 제자리에서 68kg을 들어 올릴 수 있는 능력도 지녔다. 두 발로 걷는 것은 물론 시속 8km로 달릴 수도 있다.

머스크 CEO는 "인간이 로봇을 제압하거나 로봇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봇에게 지배당할 수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전략적 M&A를 통해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단박에 로봇산업의 선두권에 진입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 1조 원 투자해 로봇 기술 선두권 직행

그동안 로봇과는 거리가 멀었던 현대차그룹은 전략적 인수ㆍ합병을 통해 단박에 로봇 산업 선두권에 올라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경쟁사를 제치고 단박에 로봇 선두 기업으로 거듭났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물류 로봇이나 안내 또는 지원 로봇 시장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닌 회사다.

이미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직립보행 로봇 '아틀라스' 등을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인수 당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Smart Mobility solution)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정 회장 역시 2018년 타운홀 미팅을 통해 "향후, 자동차 사업이 50%, 모빌리티 30%, 나머지 20%는 로봇 사업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로봇산업은 자동차 기업이 추구하는 미래형 자동차 기술과 일맥한다. 여기에 인간을 보조하는 다양한 기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 운전자가 증가할수록 자율주행 기술은 더욱 절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미래차의 지향점과 로봇 기술이 '오버랩'

이처럼 자동차 업계가 로봇 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뚜렷하다.

로봇은 각각의 부품을 완벽하게 제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변의 상황 변화 등을 즉각 감지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추구하는 △감지와 인지 △파악과 분석 △대응과 행동 등 주요 알고리즘이 일치한다. 무게중심 이동과 조절 등 자세제어 기술도 필요하다. 미래 자율주행차가 추진 중인 연구 항목과 동일하다.

이 때문에 자동차 기업은 로봇 기술에 가장 접근하기 쉬운 회사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로봇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기업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이던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2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급변하는 경제, 사회적 흐름에 따라 올해부터 연평균 32%의 성장세를 기록해 2025년에는 1772억 달러(약 194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속속 자동차 기업들이 로봇 산업이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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