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쉬링코노믹스] 시진핑, 게임·교육 손보는 이유는

입력 2021-08-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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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도시 중산층 삶 압박 덜려는 의도”
시진핑, ‘공동 부유’ 꺼내며 고소득층 사회환원 강조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전체 산업에 영향 줄 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1년 7월 15일 공산당 중앙당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IT 기업을 옥죄던 중국 당국이 갑자기 교육과 게임 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 규제 강화에 관련 기업 주가는 하락했고 시장은 출렁였다.

이러한 이유를 놓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말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한다”고 밝힌 당국의 발언에 주목했다.

당시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은 사교육 기업들의 이윤 추구 행위를 금지하고 기업공개(IPO)를 제한한 데 이어 초·중생을 대상으로는 아예 사교육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규제는 연간 1000억 달러(약 118조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사교육 산업을 완전히 재편하는 수준이었고 관련 종목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베이징대 조사에 따르면 개인 교습 시장은 2017년부터 3년간 연평균 30% 성장했으며 규모만 총 8000억 위안(약 146조 원)에 달한다. 농촌 지역 가정이 교육에 들이는 돈 가운데 개인 교습에 쓰는 비용이 16.6%를 차지한 반면, 같은 조건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상위 가정 비중은 44.2%에 달해 도시와 지역 간 불균형도 심했다.

당국은 나아가 게임 산업에까지 칼날을 겨눴다. 최근 관영 신화통신 자매지 경제참고보는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논평하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 소식에 홍콩증시에서 텐센트 주가는 당일에만 6% 넘게 하락하는 등 한 주간 11% 가까이 떨어졌다.

사교육과 게임에 대한 규제 논란은 중국 대도시의 중산층 삶에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당국은 이른바 ‘유모 국가’ 전략을 통해 과거 수십 년간 축소해온 국민의 사생활 간섭을 다시 늘리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실제로 시 주석은 17일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 부유’라는 표현을 꺼내 들고 “과도한 고소득을 조절하고 고소득층과 기업의 사회 환원을 더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개인의 삶에 참견하려는 데는 부동산 시장도 한몫한다. 최근 중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24로 집계됐다.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집을 사려면 24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도시별 PIR는 선전이 40, 상하이가 26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사회 초년생 급여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0%로 나타나 중산층이 아니면 버티기 힘든 사회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당국은 이런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하려는 것이다.

당장은 게임과 교육에 주목하지만, 경제 사정에 따라 규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설팅 업체 플레넘의 첸 롱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정치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산업 전반의 환경을 검토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며 “전통적으로 비영리 부문으로 간주하던 공공재와 관련한 부문은 더 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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