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쉬링코노믹스] 중국서 어른거리는 일본 장기침체 그림자

입력 2021-08-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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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국’ 중국, 저출산·고령화에 노동력 부족 우려
사회보장 부담 증가·도농 간 격차 등 각종 사회 문제도
“장기 경기 침체 피하기 위한 핵심은 ‘생산성 향상’”

▲어린 아이들이 지난 7월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뚜렷해지기 시작한 중국이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 전철을 밟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인구 침체를 상징하는 쉬링크(Shrink)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인 ‘쉬링코노믹스’라는 신조어가 부상하고 있다며 일본에 이어 중국도 같은 운명을 밟을 수 있다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쉬링코노믹스란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압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테마로 하는 일명 ‘축소의 경제학’으로, 장기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쉬링코노믹스 : 일본으로부터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최근 초점이 되는 부분은 14억 명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 ‘중국판 쉬링코노믹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지난 5월 발표한 제7차 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인구 연평균 증가율은 직전 조사 기간 대비 0.04%포인트 떨어진 0.53%를 기록했다. 2020년대 들어서 감소세로 돌아선 중국의 인구는 곧 인도에 추월당할 전망이다.

특히 고령화 추세가 뚜렷해졌다. 15~59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35%로 10년 전보다 6.79%포인트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60세 이상은 18.7%로 5.44%포인트 높아졌다. 여성이 일인당 낳는 자녀 수 평균인 합계출산율은 ‘1가구 1자녀’ 정책의 영향으로 1.3명까지 내려갔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말 부부 1쌍당 3명까지 자녀를 낳을 수 있는 출산 정책을 내놨는데, 그 효과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이러한 인구 문제는 곧 경제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풍부한 노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JP모건체이스가 지난 4월 내놓은 ‘중국 :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의 인구 문제’ 보고서는 인구 문제를 중국의 핵심 리스크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는 노동력 부족, 경제 변혁의 둔화, 사회 안전망 자금 부족 등에 당장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은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중국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돼 줬다. 하지만 경제 발전과 함께 최근 들어 임금 수준이 상승했다. 앞으로 고령화의 영향으로 고용시장에 압박이 가해진다면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생산 기지 재검토 움직임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동아시아연구소(EAI)는 중국 인구 관련 보고서에서 “(미흡한) 연금시스템과 의료시스템 등 헬스케어 부담 증대에서 오는 재정지출 압력이 커진다”며 “중국은 연금이나 의료 등 고령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겠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 정책을 펼칠 여력은 축소되고있다 ”고 진단했다.

▲중국 연령별 인구 발달 추이와 전망. 단위 %. 전체 인구서 차지하는 비중 기준. 파란색: 0~14세/ 주황색: 15~64세/ 회색: 65세 이상. 출처 MDPI 사회학 저널
특히 연금 불안은 큰 과제다. 슬로바키아 경제학자 안드레아 차이코바와 체코 경제학자 피터 차이카는 ‘인구구조 진전의 맥락에서 본 중국 사회경제 안정의 과제와 지속성’이라는 공동 논문에서 “중국의 노동력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미래 도시 기초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총지출이 2028년 거출액을 웃돌기 시작, 이후 준비금이 급격하게 감소해 2035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벌어지고 있는 도시와 농촌 간 격차도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인구를 도농으로 나눠 보면 도시가 9억100만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2억3600만 명이 늘어난 반면, 농촌 지역은 5억900만 명으로 1억6000만 명이 줄었다. 특히 농촌 지역 노동력 고령화 문제는 농촌 경제 활성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는 향후 일본과 같이 장기 침체의 길로 빠져들까. 미국 공화당계 싱크탱크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연구소(AEI)는 ‘중국의 2040년까지 인구 구성 전망과 그 함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이 향후 65세 이상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수반하는 고령화를 경험하고, 그것이 심각한 경제적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고령화 문제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인구 고령화가 과제이긴 하지만, 동시에 ‘실버 이코노미’를 확대할 기회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닛케이는 이와 관련해 핵심은 ‘생산성 향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생산연령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1990년대에 도로 건설 등 기존 공공사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대책을 실시했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재정이 악화했다. 이는 기나긴 경기침체의 한 요인이 됐다.

중국은 일본을 교훈 삼아 인프라 투자 초점을 도로나 철도 건설 등에서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분야로 전환하는 등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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