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탈레반 “아프간인 이제 공항 못가”…쫓기는 미국, 물러선 G7

입력 2021-08-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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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회의서 철수 시한 연장 합의 실패
바이든, CIA국장 아프간 급파했지만 성과 없어
“미국, 믿을 수 없는 남자친구 면모”
탈레반은 철수 기한 준수 경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아프가니스탄 철수 시한을 연장하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데 결국 실패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G7은 24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20년간 우리와 협력한 아프간 시민의 안전한 대피를 보장하고 아프간에서 계속 안전하게 통행하도록 하는 게 우선순위”라며 “앞으로 탈레반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인도적 노력을 통해 아프간 국민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 성명에는 시한 연장과 안전 보장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영국, 프랑스 등은 시한 연장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반대로 대피 시한 연장에 합의하지 못했다. 자국민 등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철수 시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8월 31일로 정해진 기존 철수 시한을 고수했다. 그 배경에는 미 정보당국이 탈레반과 시도했던 시한 연장 논의에 성과가 없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전날 아프간 수도 카불로 급파돼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만나 해당 문제를 논의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방국들이 한발 물러섰다. G7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당초 공개적으로 철수 시한 연장을 언급했으나 이날 “미국 대통령의 말을 들었고, 탈레반이 경고에 나선 것도 들었다”고만 언급했다. 한 프랑스 고위 당국자도 “시한 연장을 추진했으나 미국 결정에 맞출 것”이라면서 “이 문제는 미국 수중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의 결과가 미국 동맹국 사이의 균열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사설에서 “이번 (G7의) 합의 실패는 세계 최강국 미국이 믿을 수 없는 남자친구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G7 회의 후 동맹의 균열과 혼란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여러 국가 정상이 31일이라는 (미군 철수) 기간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고, 해당 기자회견을 의식한 듯 당초 G7 회의 직후 진행될 예정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5시간이나 늦게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안정된 외교 정책을 전개해온 바이든 정권에서는 드문 혼란이었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8월 31일까지 끝내기 위한 속도로 가고 있다”며 “작전을 수행하는 매일 우리 군대에 위험이 추가된다. (대피 작업을) 더 일찍 끝낼수록 더 좋다”고 변명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철군 시한 연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이 나라는 우리의 의사, 엔지니어 등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나라를 떠나는 대신 집으로 돌아가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이날 밤부터 아프간인의 공항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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