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가 없다’ 탈레반, 아프간 정부군·서방 협력자 사냥

입력 2021-08-2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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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할 것” 약속과 다르게 집마다 방문해 위협
“가족 죽이거나 체포할 것” 엄포

▲탈레반 전사들이 1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순찰하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탈레반이 정부군과 보안 관리, 서방 국가 협력자들을 사냥하고 있다.

탈레반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대에 협력한 사람들을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고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노르웨이 글로벌분석센터가 작성해 전날 유엔 관리들에게 유포된 기밀문서에 따르면 탈레반은 자신들에 맞서 싸운 사람들을 사면할 것이라는 선전과 다르게 미군, 나토군과 협력한 아프간인을 추적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탈레반은 수색 중인 사람들을 못 찾으면 그 가족을 죽이거나 체포하겠다고 위협을 가하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 탈레반 전사들이 집마다 찾아가 그런 위협을 가하고 있다.

탈레반이 미국과 나토에 협력한 모든 사람을 무자비하게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는 두려움은 이번 주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일대 혼란의 주된 원인이었다. 수천 명 사람이 공항 활주로로 몰려들어 총을 맞고 사망하거나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공중에서 추락했다.

문서는 탈레반이 심문하거나 처벌하고 싶은 사람들의 목록과 그들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수색 대상에는 카불 공항에 몰려든 사람들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지난주 아프간 공영방송 RTA는 남부 도시 칸다하르에서 수십 구의 시신이 도로에 버려져 있는 영상을 소셜미디어로 공개했다. 이들 중 다수는 탈레반에 의해 처형된 아프간 군인과 관리들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얼마나 많은 정부군과 정보 관리들이 도주 중인지는 불분명하다. 문서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군은 약 30만 명이다. 그러나 부패와 탈영, 사상자 때문에 올해 실제로 탈레반과의 전투에 참여한 인원은 그 중 약 6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미국 정부는 보고 있다.

탈레반이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믿고 많은 정부군이 항복했으나 1만8000명에 이르는 육군 코만도 대원 대부분은 항복하지 않았다. 또 아프간 정보당국 요원과 일부 관리들도 코만도 대원들처럼 탈레반에 쫓기면서 은신하고 있다.

‘파리드’라는 이름만 밝힌 한 코만도 대원은 자신과 함께 싸웠던 미군에게 보낸 편지에서 “탈출구가 없다”며 “정규군이 항복한 이후 동부 산속에 갇힌 채 숨어 있다. 구원받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미군 특수부대에서 통역사로 일했던 한 현지 주민은 “다른 사람이 단지 미군과 협력했다는 의심만으로 사살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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