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리는 공정지도] 정규직 된 인국공 非정규직 ‘悲정규직’

입력 2021-08-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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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처우 등 환경개선은 없어…기존 정규직과의 갈등도 지속

▲한 청소노동자가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 앞에서 청소 도구함을 끌고 쓰레기통을 치우고 있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사태는 보안검색원 노동자 김명원(가명·30세) 씨처럼 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다. 인국공은 공기업 중에서 최상위로 꼽히며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데 시험도 거치지 않고 정규직이 되는 건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국공 사태는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고 여전히 갈등만 남았다.

공정은 우리 시대의 블랙홀이다. 공정과 불공정이라는 대결 구도로 논란이 생기면 논의는 사라진다. 2017년에는 남북단일팀 논쟁, 2020년에는 의사 파업이 그랬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일환이었지만 불공정 담론으로만 이어졌고, 지방의 필수 의료 인력을 충원하자는 취지였지만 날 선 반발만 계속됐다.

인국공 사태는 ‘공정 블랙홀’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다. 공정과 불공정으로만 나뉜 논쟁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소외됐다. 김대희 인천공항 보안검색대 노동조합위원장은 “(임금이나 처우 등) 변화된 것은 없다”며 “소속 직원들이 어쨌든 자회사 소속이라 결국은 (모든 문제를) 자회사에 떠넘기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공정 블랙홀이 빨아들인 인국공 노동자의 근무 환경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멈춰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평등권 침해’라는 진정을 각하했고 지난달 4일 법원이 받아들였음에도 인국공 노동자들은 여전히 질타의 대상이다.

논의가 멈추자 공정 담론은 갈등으로만 남았다. 공항 내부에선 기존 정규직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본래 인천공항 정규직으로 근무 중인 양성우(가명·31세) 씨는 “비정규직 근무자는 이미 자회사 직원으로 전환됐다”며 “타 회사와 다르게 인천공항은 자회사 편성과 동시에 모회사 복지 대부분을 거의 그대로 반영해 모회사의 복리후생과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20·30세대가 느끼는 불공정함을 해결해 주지도 못했다. 당시 인국공 사태를 지켜봤던 취업준비생 권인하(가명·28세) 씨는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원칙이 정치권 논리에 따라 무너진 사례”라며 “공개된 시험으로 그들의 역량을 증명하지 않고 직고용이 된다는 건 밖에서 정규직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는 취준생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정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서 “형식적·법률적 공정뿐 아니라 약자의 존엄성을 위한 실질적 공정까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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