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끼쳐서 죄송하다"
향후 휴식하며 경영 복귀 일정 고심 전망
투자ㆍM&A 등 현안 산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 출소한 가운데, 재계에선 향후 행보와 경영 참여 가능 여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한 이 부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서 죄송하다"며 "저에 대한 걱정과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취업 제한과 함께 재판도 계속 받아야 하는데 심경이 어떤가', '경제 활성화 대책과 관련해 고민한 게 있느냐', '반도체와 백신중 어느 것이 우선이냐', '특혜라고는 생각 안 하나' 등의 질문엔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가석방 결정에 뒤따르는 특혜 논란 등에 대응해 신뢰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출소 이후 당분간 각종 사업 현안을 파악하고 건강을 추스르며 외부 복귀 시점을 고심할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과 고(故) 이건희 회장의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거나 오는 17일로 예정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복귀 이후에는 밀린 대규모 투자 현안에 앞장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SK 등에서도 가석방이나 특별사면을 통해 총수가 출소한 직후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이 일제히 발표됐다.
현재 삼성그룹엔 반도체·배터리 사업 미국 투자, 치열해진 스마트폰 시장 경쟁, 의미 있는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M&A)도 등 이 부회장이 오너로서 대응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온 20조 원 규모의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증설 계획조차 반년 넘게 확정 짓지 못했고, M&A 역시 2016년 하만 인수 후 5년째 멈춰 있다.
이 부회장이 출소한 이날 로이터 통신을 포함한 주요 외신에서 "삼성SDI가 미국 일리노이주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서서히 베일을 벗는 양상이다.
경영 복귀 첫 행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평택 반도체 사업장,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현장 등이 우선으로 거론된다. 이 부회장은 2018년 3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 이후 석방 시엔 45일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난 바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은 가석방 기간 보호관찰을 받게 돼 거주지를 이전하거나, 한 달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하려면 보호 관찰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취업제한 규정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부회장은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경제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에 문제가 없도록 취업제한 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일 5대 주요 경제단체장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해제를 직접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자유로운 경영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나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및 해외출국 제한 등과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가 챙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홍 부총리에게) 어떤 얘기도 들은 게 없다"면서 "취업 승인은 고려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