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세 통제하려면 거리두기 4단계+α 시급"

입력 2021-08-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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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긴급진단, "방역수칙 위반 처벌수위 높여야"

"체외막산속공급 치료 환자 포화"
"백신 접종 지연 플랜B 필요"
"의료 붕괴로 타질환 사망자 늘 것"
"중증환자 위한 치료제 개발 시급"

▲노량진 학원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청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학원생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서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환자가 이틀째 2000명 안팎을 기록하면서 방역조치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처럼 방역수칙 준수를 개인의 자율성에 맡겨선 확산세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상엽 KMI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은 “구글의 이동 추이를 보면 도·소매점, 공원, 해수욕장 등으로 이동량이 늘면서 확진자가 증가하는 양상”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돼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면 코로나19 감염뿐 아니라 다른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의료시스템이 견딜 수 있는 수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4단계를 시행했음에도 효과를 보이지 못한 것은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역학조사 인력이 부족해 원인 파악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1년 반이 넘어가는 시점에 방역수칙을 여전히 지키는 사람은 잘 지키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계속 지키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벌금 강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개편된 거리두기는 4단계의 유흥시설 집합금지를 제외하고 개인 간 접촉을 차단하거나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제한할 강력한 조치가 없다”며 “‘주말까지 보겠다’, ‘2주 연장하고 효과를 보겠다’고 해봐야 국민은 더는 정부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론 확진자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통제 위주의 방역조치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발적 방역수칙 준수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통제를 통해 확산세를 반전할 수 있는 ‘타이밍’이 이미 지났다는 점에서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200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현 상황은 거리두기만으론 통제가 어렵다. 강하게 통제하면 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클 텐데, 그에 비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국민이 자발적으로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모임을 자제할 수 있도록 절실한 메시지, 호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발생 가능한 문제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다. 최중증 환자에 속하는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 치료 환자는 이미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이사)는 “이미 일부 지역이나 일부 병원에선 에크모 환자가 포화 상태”라며 “환자 밀집 지역·병원에 대해선 해결방안은 당장 필요하고, 앞으로는 인력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크모는 환자의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혈관에 주입하는 장치다. 자가호흡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기도삽관으로 폐에 산소를 공급하지만, 심장·폐기능이 손상된 환자에게는 폐에 산소를 공급하는 게 무의미하므로, 임시로 ‘인공폐’인 에크모 장치를 달아준다. 일반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 2주 뒤 에크모 환자가 늘고, 그 2주 뒤에는 확진자가 는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에크모 치료 중 환자는 46명으로 최근 급증세다. 정 교수는 “지금 당장 상황이 위험하니까 불안해하자는 게 아니다. 예상되는 문제에 관심을 갖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더나 백신 공급 지연에 따른 국내 예방접종 지연과 관련해선 플랜B 필요성이 제기된다.

백순영 교수는 “글로벌 규제당국에서 승인이 임박한 러시아 백신을 들여오는 상황 등 여러 가지 선택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델타(인도형) 변이가 확산되는 지금 1차 접종만으로 예방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빠르게 2차 접종을 해야 하는데 지금 백신 수급이 불안정하니까 모더나, 화이자 백신의 2차 접종간격을 6주로 늘린다고 하지 않느냐”며 “접종률을 70% 이상까지 빠르게 올리기 위해 여러 선택지의 백신 확보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는 게 백 교수의 견해다. 현재 쓰이는 치료제는 방역 측면에서 효과가 크지 않아서다. 그는 “치료제는 위·중증 환자의 증상 완화, 사망률 감소 효과를 낼 때 의미가 있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는 사실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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