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주범 ‘휘발유’ 지목...OPEC에 증산 요구

입력 2021-08-12 15:20수정 2021-08-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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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CPI 전년 대비 5.4% 상승...2개월 연속 13년 만에 최고치
인플레이션에 대한 비판과 우려 의식
이례적으로 OPEC에 증산 압박 나섰다는 분석
휘발유 가격 1년새 50% 가까이 급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단지내 사우스코트 오디토리엄에서 진행된 가상회의에서 주지사, 시장 등 선출직 관리들과 초당적 인프라 예산안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 산유국에 증산을 압박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소비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물가까지 높게 나타나자 유가 관리에 나선 것이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통한 세계 경제 회복 지원을 위해 OPEC+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면서 “높은 유가가 세계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지난 7월 증산에 합의한 산유국을 겨냥해 생산을 더 늘리라고 요구한 것이다.

OPEC 회원국을 비롯한 러시아 등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생산량을 약 970만 배럴 줄이는 데 합의했다.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 궤도에 오르면서 증산 카드를 만지작거렸고 지난달 오랜 진통 끝에 8월부터 하루 40만 배럴 증산하기로 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파란색 종합 CPI 회색 근원 CPI. 전년 대비 기준. 출처 미국 노동부

백악관이 공식 성명을 통해 산유국에 증산을 압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OPEC+ 증산 합의에도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70달러 안팎에 머물면서 미국 물가 상승을 압박하자 백악관이 나섰다고 풀이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계절 조정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월(5.4%)과 같은 수준이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부터 내놓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양책이 미국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고 비판해왔다. 전문가들도 물가가 오르면 소득에서 에너지와 식품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중산층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 추이. 11일(현지시간) 종가 배럴당 69.25달러. 출처 마켓워치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주범으로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을 지목,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휘발유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소비자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불법 행위를 근절하라고 지시했다. 실제 미국 자동차협회(AAA) 집계 결과 미국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19달러로 1년 전보다 50% 가까이 올랐다. 이날 노동부가 내놓은 CPI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1년 새 41.8% 치솟았다.

반면 미국의 OPEC에 대한 증산 요구가 정책적 모순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존 코닌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텍사스주)은 설리번 보좌관의 성명 발표 이후 “백악관이 미국 에너지 기업의 손발을 묶어놓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생산량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한심하고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6월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송유관 추가건설 사업인 ‘키스톤 XL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시켰다. 일부 OPEC 회원국 관계자들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이유로 전 세계 국가들에 석유 소비를 줄이자고 주장하면서 OPEC에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OPEC이 백악관의 증산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WSJ은 과거 미국 행정부가 고유가 시기 OPEC 회원국에 증산을 요청한 사례가 있으며 가끔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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