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올림픽 위해 평생을 바치는 선수들… 엘리트 체육의 '빛과 그늘'

입력 2021-08-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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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 금메달의 주인공 취안홍찬(중국·14)의 인터뷰 영상이 화제가 됐다.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은 중국 기자가 취안홍찬에게 “본인 성격(씽 거)이 어떻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취안은 “씽 오빠(씽거)?”라고 되물었다. 발음이 유사하다고는 하지만 맥락상 뜬금없는 대답이었다.

‘성격!’과 ‘씽 오빠?’라는 말이 세 번 정도 오가자 보다 못한 관계자는 “평소 너의 태도”라고 설명해줬고, 그제야 취안은 인터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영상의 게시자는 “14살이 일상적인 질문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귀엽기보다 서글프다”고 평했다. “취안은 어린 시절도 없고, 기초교육도 받지 못한 채 다이빙 기계로 훈련됐다”며 “어린이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취안홍찬은 점프력이 좋아 7살에 체육학교에 입학해 다이빙을 시작했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취안은 아픈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11세에 다이빙 프로로 데뷔했고, 13살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체육학교 측은 충분한 기본교육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자신의 가족과 국가를 위해 금메달만을 목표로 하루에 수백 번도 넘게 다이빙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중국은 올림픽 등 국제 체육대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강력한 엘리트 체육 기조를 유지해왔다. 특히 영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최근 중국에서 선수로 육성되는 3~6살 아이들이 학대수준의 훈련을 받는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 수만 명의 아이가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2000개 이상의 스포츠 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트 체육은 재능이 있는 선수를 차출해 학창시절부터 전문적인 지도자에게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도록 하는 스포츠 육성 시스템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 영국 등에서 엘리트 체육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치되는 개념은 생활 체육이다. 생활체육은 정예 선수 육성보다는 일반 국민이 자발적으로 스포츠에 참여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참여 인원 중 일부가 선수로의 겸업이나 전향을 노릴 수 있다. 엘리트 체육이 낙수효과를, 생활체육은 분수효과를 노린다고 볼 수 있다.

대회서 성과 내기 쉽고 비인기 종목 지원, 효율적인 선수 육성 등 장점

엘리트 스포츠는 올림픽 등에서 성과를 내기 용이하다. 영국은 과거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로 종합 순위 36위를 기록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대대적인 지원을 결정했다.

애틀랜타 올림픽 이듬해인 1997년 영국체육(UK Sport)을 발족시킨 영국 정부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비에 5980만 파운드, 현재 한화로 약 1645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원의 효과는 그대로 나타나 금메달 11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7개 등 총 28개의 메달로 종합순위 10위로의 반등을 이뤄냈으며,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2위,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4위에 오르는 등의 성과를 꾸준히 내왔다. 일본 역시 이번 대회에서 엘리트체육과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며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엘리트 스포츠는 단지 성과를 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인기 종목보다 관심이 떨어져 자본이나 지원이 적은 비주류 스포츠에도 지원을 해주므로 비인기 종목 선수가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한다.

또, 어린 시절부터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집중적인 훈련과 경험을 통해 성장치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효율적인 육성 방식이다.

국고 지원 형평성 문제, 기본교육 부족으로 인한 대안 부재 등 문제점도 지적

그러나 단점도 명확하다. 공적 자금인 국가적 지원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 선수 한 명을 육성하는 것보다 국민 다수가 체육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리우올림픽 2위 등극을 놓고 ‘금메달 하나에 82억 원씩 들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학창시절부터 운동에 전념하게 돼 운동을 그만둔 이후 대안이 없다는 점도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014년 조선일보 보도에서는 은퇴한 선수 10명 중 6명이 스포츠와 무관한 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엘리트 스포츠 없이도 승승장구하는 미국. 탈(脫) 엘리트 체육 요구되는 배경

(연합뉴스)

올림픽에서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스포츠 초강국’ 미국은 엘리트 체육에 집중하지 않는다. 체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재능있는 선수들이 자생적으로 육성돼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영국에서도 엘리트 체육 무용론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리우에서처럼 금메달 하나에 82억 원을 쏟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한국 역시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꾸준히 일었다. 엘리트 체육 일변도가 아닌 생활체육 부흥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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