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로·강서에 몰린 2030세대…정부 엄포에도 '영끌' 비중 늘었다

입력 2021-08-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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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싼집 찾아 서울 외곽으로
정부 영끌·빚투 규제 아랑곳 없어
아파트 매수 비중 '35%→41%'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정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나 '빚투'(빚내서 투자)를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강화했지만, 이마저도 효과가 없는 모습이다.

1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10채 중 4채는 2030세대에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아파트값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2030세대가 비교적 저렴한 지역의 아파트를 사들인 영향으로 보인다.

2030세대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 1년 새 34.6%→41.4%로 늘어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 건수는 2만9399건으로, 작년 동기(4만8298건)의 60.9%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가 이처럼 급감한 것은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시세 차익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도세 중과로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 다주택자들이 오히려 팔지 않고 버틴 영향도 있었다. 결국 정부의 각종 규제가 매물 절벽을 만들고 집값을 올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급감했지만, 오히려 2030세대의 매수세는 더 강했다. 지난해 이들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34.6%였으나, 올해는 41.4%로 6.8%p 확대됐다.

2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입 지역을 살펴보면 노원구(214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구로구(122건), 강서구(106건), 도봉구(102건), 강남구(79건) 순이었다.

30대 역시 노원구(1222건)를 가장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구(841건), 구로구(667건), 성북구(622건), 영등포구(509건)가 뒤를 이었다.

이처럼 노원구와 구로구, 강서구를 선호한 것은 현금 여력이 부족한 2030세대가 조금이라도 싼 서울 외곽으로 눈을 돌린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이 가장 선호한 노원구는 올해 6월까지 누적 매매가 상승률이 4.11%로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다. 그만큼 이 지역 아파트를 매입한 2030세대도 높은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노원구 외에 구로구나 강서구도 모두 서울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가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들이다. 6억 원 이하의 아파트도 찾아볼 수 있어 대출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6억 원은 비교적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론,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액이다.

2030세대의 서울 외곽지역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대출 한도를 확대해서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격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은 5억 원 이하에서 8억 원 이하로 완화했다. 노원·구로·강서구는 9억 원 이하 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아 이들 지역에 2030세대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집값 고점 경고…"영끌·빚투 젊은 층에 큰 피해 갈 수도"

정부는 계속되는 2030세대의 영끌과 빚투에 지속해서 경고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너무 과열돼 있다. 자칫 영끌 등으로 교란된 시장에 들어오는 젊은 층에 큰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를 겪어온 베이비붐 세대가 '지금이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생각을 자신의 자녀들인 2030세대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이들은 그런 '부모 찬스'나 영끌, 빚투를 이용해 집을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유용할 수 있는 자본의 규모를 고려할 때 그나마 서울에서 저렴한 외곽지역인 노원·구로·강서구 등으로 아파트 매입을 꾸준히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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