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칸’ 눈치 보는 일본 기업들, 잇달아 미국 투자 확대

입력 2021-08-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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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대미 투자액 40% 급증
중국 투자액은 45% 급감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대미 수출 불리해져
미국 현지 투자 늘려 생산체제 재구축 나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이 아메리칸’ 정책 홍보차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의 맥 트럭 공장을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매컨지/AP뉴시스
일본 기업들이 잇달아 미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자국 제품 우대 정책 이른바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대미 수출이 불리해질 것으로 판단해 미국 투자를 늘려 생산체제 재정비에 나선 것이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재무성 통계를 인용해 올해 1분기 일본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40% 급증한 2조4949억 엔(약 26조1909억 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7년 하반기 이후 최고치다. 전체 대외투자액에서 대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투자액은 45% 급감한 1840억 엔에 그쳤다.

미쓰비씨케미컬은 전 세계 40%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아크릴 수지 원료(MMA)’ 증산을 미국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1000억 엔 이상을 투입해 남부 루이지애나에 신규 원료 공장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전체 투자액은 최대 1500억 엔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쓰비시케미컬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을 연간 35만 톤 생산 규모로 지어 세계시장 수요의 약 10%를 충당하는 최대 거점 공장으로 키울 방침이다.

신에츠화학공업도 2023년 말을 목표로 총 1300억 엔을 들여 수도관, 전선 피복, 건축자재 등에 사용되는 염화비닐수지 공장을 루이지애나에 새로 건설한다. 일본제철은 7억7500만 달러를 투입해 유럽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과 공동으로 미 남부 앨라배마주에 자동차용 강판과 파이프라인용 강관 소재를 생산하는 전기로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워싱턴D.C. 근교에서 미국 내 3번째 철도차량 공장을 세울 예정이고, 자회사인 히타치아스테모도 전기차(EV)용 모터 공장을 켄터키주에 신설할 계획이다.

일본 제조 대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급속히 늘리는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3월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 대책을 세운 데 이어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6.9%로 전망했다. 이는 중국(8.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2.6%)이나 유로존(4.3%)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산 제품 구매를 늘리기 위한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강화하는 것도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따라 국산품으로 간주하는 제품의 미국 내 부품 사용 비율을 우선 55%에서 60%로 높이고 2029년까지 75%까지 단계적으로 끌어 올릴 예정이다.

닛케이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이어지고 있어서 미국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 같은 자국 중심의 산업 전략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일본 기업들도 국제정세에 맞춰 글로벌 생산체제 재구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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