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쪼개진 ‘신길4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삐걱’

입력 2021-08-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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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신길4구역, 공공복합개발 난항
4일 국토부에 '3차 철회동의서' 제출

▲서울 영등포구 신길4구역 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도심 공공복합개발' 반대동의서를 접수받고 있다. (박민웅 기자 pmw7001@)

신길4구역은 민간재개발을 추진하던 곳인데 정부가 멋대로 사업지로 지정했다.
사유재산권 침해다.
(최영국 신길4구역 민간재개발 추진위원회 부위원장)

서울 영등포구 신길4구역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하 도심 복합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쪽에선 1차 도심 복합사업 추진을 위한 동의서 징구가 한창인 반면, 다른 한쪽에선 정부 주도 개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4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신길4구역 민간재개발 추진위원회(가칭·이하 민간재개발 추진위) 측은 이날 국토교통부에 3번째 도심 복합사업 지구지정 철회 동의서를 제출했다.

신길4구역은 국토부가 지난 3월 도심 복합사업 1차 후보지로 선정한 곳이다. 도심 복합사업은 2·4대책에서 도입된 제도로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주도해 고밀 개발하는 사업을 말한다.

당시 국토부는 신길4구역이 신길뉴타운 중심에 있는 데도 2014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뒤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국토부는 신길4구역 5만1901㎡ 규모 부지를 고밀 개발해 1200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신길4구역의 도심 복합사업 주민 동의율은 이미 30%를 넘겼다. 전체 주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으면 지구지정 요건을 충족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신길4구역에선 도심 복합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민간재개발 추진위는 지난달 12일 도심 복합사업 1차 철회 동의서를 국토부에 제출한 뒤 같은달 28일 2차분을 제출했다.

특히 두 번째 철회 동의서를 제출한 날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길2구역을 찾아 도심 복합사업 추진을 독려한 날이다. 1차분에선 국토부가 제안한 재개발 범위 내 주민의 41%가 철회에 동의했지만 2차분에선 50%를 넘었다는 게 민간재개발 추진위 측의 설명이다.

최영국 신길4구역 민간재개발 추진위 부위원장은 "도심 복합사업 철회 동의서 징구 한 달 만에 동의율이 50%가 넘었다"며 "철회를 원하는 주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재개발 추진위는 5월 서울시가 도입한 공공기획 민간재개발 사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공공기획 민간재개발 사업은 서울시가 사업 초기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직접 짜서 속도를 높인 '오세훈표 민간재개발'이다.

반면 도심 복합사업 추진위원회 측은 이달 안에 사업 관련 동의서를 50% 이상 징구하고, 늦어도 다음 달 2차 사업설명회 자리를 만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비사업을 둘러싼 입장이 이처럼 둘로 쪼개지면서 신길4구역 개발은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주민 간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 주도 주택공급 사업에서 사업시행 방식과 관련해 주민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분출되고 있다"며 "특히 공공시행으로 인한 자율성 침해와 공공임대주택 증가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길4 외에도 금천·은평구 공공복합개발 추진도 난항

도심 복합사업 1차 후보지 중에선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은평구 새절역 서측 구역이 10% 주민동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선 부산 전포3·당감4구역에서 도심 복합사업 철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도심 복합사업에 반대하는 각 후보지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 연대인 ‘3080공공주도반대연합회(공반연)’를 결성했다. 그간 발표된 도심 복합사업 1~5차 후보지 52곳 중 9곳의 비대위가 공반연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6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도 도심 복합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개정안에는 주민 50%가 반대하면 도심 복합사업 지구지정을 철회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공반연 측은 사업지역 주민들로부터 철회 동의서를 받아 제출하는 움직임을 잇따라 보이고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소유자들의 거부감이 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반강제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닌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소유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싶고, 임대주택 공급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토지주들의 이기심을 죄악시 하지 않고 적절한 선에서 이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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