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올림픽이 열려야만 했던 이유

입력 2021-07-29 14:49수정 2021-07-2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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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IUS, ALTIUS, FORTIUS(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올림픽 정신은 죽지 않았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도 주최 당국자들간 이해득실만 따지느라 개회 여부를 놓고 고민이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린 올림픽에서 무대 주인공인 선수들이 혼신을 다해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면서 모든 논란을 무색케했다. 오로지 올림픽을 위해 4년 넘게 준비한 선수들은 코로나19 감염 우려 속에서도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각본 없는 감동의 드라마를 써나가고 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국립경기장 앞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29일로 2020 도쿄올림픽 개최 7일째를 맞았다. 현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지만 대회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올림픽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개막 전인 이달 18일부터 26일까지 트위터에 올라온 올림픽 관련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개막 이후 긍정적인 내용이 더 많아졌다고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여린 주요 7개국(G7) 정사오히의에 참석해 연설을 듣고 있다. 콘월/로이터연합뉴스

사실 도쿄올림픽 개회식 전까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열리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올림픽 개회 직전까지도 줄어들지 않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늘지 않는 코로나 백신 접종률 탓에 올림픽 개최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도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의구심도 컸었다. 9월 총선을 앞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올림픽을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칼이다. 코로나19 속에서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마치면 다행이지만, 방역에 실패할 경우엔 개인의 정치적 평판 훼손보다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어서다. 이에 올림픽 개막 당일에도 현지에서는 대규모 반대 시위가 열릴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도쿄올림픽이 취소되지 않는 이유를 '숫자'로 설명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올림픽 연기와 코로나19 대책에 소요된 추가 경비만 2940억 엔(약 4조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대회 경비는 총1조6440억 엔(약 17조300억 원)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오사카대학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올림픽 연기로 일본 정부가 보게 될 것으로 손해액만 약 6400억 엔(6조7400억 원)"이라고 추산했다.

NYT는 "올림픽 개최 여부는 공사비를 회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실추된 국가 브랜드를 살리느냐가 관건"이라며 올림픽 개최는 일본의 국격이 달린 문제였음을 짚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입장에서도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 건 큰 손해였다. NYT에 따르면 올림픽이 열리지 않을 경우, IOC가 환불해야 할 TV 중계권 수입은 40억 달러(약 4조6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IOC 수입의 73%를 차지하는 액수다. 여기에 스폰서십 수입까지 더하면 손해는 더 커진다.

하지만 올림픽 취소에 따른 금전적인 손실은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려온 선수 1만5500명의 인생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만약 올림픽이 취소됐다면, 이미 한 번 미뤄져 1년을 허비한 선수들은 인생 계획에서 1년이란 시간이 다시 꼬인다. 12개월간의 훈련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결혼 계획과 대학 입학, 심지어 자녀 계획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NYT는 이런 점들을 감안했을 때 전 세계 출전 선수들이 올림픽이 열리길 열망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전했다.

도쿄올림픽 개막과 함께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지만, 선수들이 그동안 쌓아둔 기량을 마음껏 펼치면서 코로나19로 지친 전 세계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독한 가난 속에 시작한 역도로 필리핀에 첫 금메달을 안긴 하이딜린 디아스, 인구 6만여 명의 작은 섬나라 버뮤다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트라이애슬론 플로라 더피,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고국 튀니지에 금메달로 희망을 심어준 아흐메드 하프나위 등 전 세계 206개 나라에서 출전한 1만 명이 넘는 선수들이 개막과 동시에 쏟아낸 수 많은 이변과 드라마가 가슴을 울리고 있다.

▲27일 2020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단체전 결승에 출전한 시몬 바일스(미국) (연합뉴스)

메달의 색깔이나 기록만이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 사상 첫 6관왕이 기대됐던 ‘체조여제’ 시몬 바일스는 지난 27일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도중 돌연 기권했다. 압도적인 기량 탓에 사실상 적수가 없다는 바일스가 기권한 것은 경기에 대한 중압감 때문이었다. 바일스의 결정에 동료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지지 의사를 표했다. 성적에만 집착하던 과거 대회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한국 태권도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노 골드'로 대회를 마쳤지만, 비난보다는 격려와 응원이 두드러진다. 석 달 전 수술한 왼발로 은빛 발차기를 한 이다빈과 8차례의 항암 치료와 재수술의 시련을 이겨내고 동메달을 목에 건 인교돈에게도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 속에 열리고 있는 2020 도쿄올림픽. 위기와 논란은 상존하지만, 진정한 세계인의 축제로 새로운 희망을 전하고 있다.

▲27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80㎏ 초과급 16강 한국 인교돈-모로코 엘 부슈티. 인교돈 승. 인교돈이 발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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