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견 팽팽했던 셔먼-왕이 회담, 미중 정상회담 실마리되나

입력 2021-07-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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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 사이버 공격·인권 탄압·대만 등 민감한 이슈에 우려 전달
왕이, 중국 주권 침해 금지 등 3가지 마지노선 제시
10월 G20 정상회의서 미·중 정상회담 성사될지 관심

▲웬디 셔먼(왼쪽)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면담하고 있다. 톈진/신화뉴시스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26일(현지시간) 중국 톈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회담했다. 4개월 만에 진행된 미·중 고위급 대화에서 양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고위급 대화가 양국 정상회담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관측을 제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셔먼 부장관은 이날 중국 톈진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대화에서 왕이 부장에게 사이버 공격과 홍콩,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 탄압, 대만 문제, 동·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 관련 우려를 전달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추가 조사에 대해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비협조적인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사실상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간 중국을 공격해왔던 부분에 대해 폭넓게 압박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27일 성명에서 “왕이 부장이 셔먼 부장관에게 양국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미·중 관계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하는 3가지 마지노선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첫째는 미국이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도전하거나 전복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이 중국 발전 과정을 방해하지 말 것, 셋째는 미국이 중국의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왕 부장은 “신장과 티베트, 홍콩 관련 이슈는 결코 인권이나 민주주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만이 중국 영토에 속한다는 기본적인 사실도 변함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왕이 부장에 앞서 셔먼을 만난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미·중 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는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모든 일방적 제재와 높은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이 지난 3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때와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당시도 양측은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회담 직전 상대국에 제재를 가한 것도 비슷하다. 미국은 알래스카 회담 전날 홍콩 민주주의 운동 탄압을 이유로 중국과 홍콩 고위 관리 24명에게 금융 제재를 가했는데, 중국은 셔먼 부장관과의 회담 직전 처음으로 반(反)외국제재법을 적용해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 등 미국 인사들에게 제재를 가했다.

양국이 무작정 부딪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중국 측은 상호존중과 상생 협력 구축을 거듭 촉구했다. 셔먼 부장관도 기후 위기, 마약 대응, 북한·이란·아프가니스탄·미얀마 등 역내 이슈를 포함한 글로벌 관심 분야에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오는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미·중 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셔먼 부장관과 왕이 부장의 회담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일보 전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셔먼과 왕이 회담에서 논쟁이 많았는데 이들의 만남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대면 외교를 여전히 믿고 있다”면서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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