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대선판'] 대선주자 춘추전국시대…범야권 '눈치싸움'

입력 2021-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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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윤석열·홍준표 신고식…의원들 눈도장
최재형 입당·윤석열 하락세…셈법 복잡해진 의원들
김동연, 여전히 오락가락 행보…민주당 합류 가능성도
바깥 주자들 국민의힘 입당…'원샷 경선' 흥행 기대감

▲야권 대선주자들 (연합뉴스)

차기 대선을 8개월여 앞두고 범야권 ‘잠룡’(潛龍)들이 깨어나며 사실상 유례 없는 ‘대선주자 풍년’을 맞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12일 대선 후보 등록을 하며 야권 경선 레이스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뒤이어 21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등록을 마쳤다.

윤 전 총장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미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했으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본격적인 공식 행보에 나서며 정치 참여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홍준표 의원을 비롯한 박진·김태호·윤희숙·하태경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장성민 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장기표 김해을 당협위원장 등도 가세해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가 예고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같이 대선주자별 계파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야권도 서서히 조직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암묵적인 ‘이합집산(離合集散)’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합종연횡(合從連衡)’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9일을 기점으로 야권 인사들의 눈치싸움은 시작됐다.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권출마 선언을, 같은 시각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목소리를 담은 인뎁스 보고서를 발표하며 출마를 시사했다.

양측에 얼굴을 비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각각 20여 명이다. 윤 전 총장 측 행사에는 이미 ‘친윤계’로 불리는 정진석·권성동 의원이 함께했다. 다음날 윤 전 총장의 국회 소통관 방문에 유상범 의원이 안내를 해 눈길을 끌었다. 홍 의원 발표 자리엔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가 함께했으며, 조경태·조해진·추경호 의원 등도 참석했다. 황교안 전 대표의 출판 기념 행사에는 국민의힘 의원이 무려 40여 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예상치 못한 야권 후보들의 행보와 출렁이는 지지율로 야권 대선판도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른 야권 의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대표적인 예가 최 전 원장의 속전속결 국민의힘 입당과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이다.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이 주춤하는 사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며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최 전 원장은 적극적으로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만나며 ’당내 스킨십‘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의 입당 촉구에도 외연 확장에 더 몰두하고 있어 최 전 원장과 대조된다. 여기에 지지율 하락도 윤 전 총장에겐 부담 요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인으로서 둘 다 뉴 페이스이지만, 본선 경쟁력이 있는 사람으로 봤던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떨어지면서 관심은 최 전 원장에게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최 전 원장이 놀랄 만한 판을 만들어내거나 아니면 결국 제2의 윤석열이 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재형의 지지율 높낮이는 윤석열의 부침과 맞물려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의원은 ’어느 라인에 설까‘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며 눈치 살피기에 바빠졌다. 한 야권 중진 의원은 “생각보다 빠른 최 전 원장의 입당과 금방 들어올 것만 같았던 윤 전 총장의 거리두기 등 여러 변수들이 생기면서 의원들도 사실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면서 “하루가 다르게 누가 누구를 만났다더라는 얘기만 들어도 귀를 기울이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뿐 아니라 당 바깥 주자들의 입당 여부 및 시점도 경선레이스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주자들이 빠르게 국민의힘에 들어올 경우 당내 ‘원샷 경선’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총리는 여전히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어 속내를 가늠하기 어렵다. 한동안 국민의힘 측과도 접촉하며 야권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김 전 부총리가 23일 돌연 “환골탈태하면 힘을 합칠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에도 합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물론 ‘제3 세력’ 형성 가능성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어 김 전 부총리의 모호한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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