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그림자...지난해 미국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역대최다

입력 2021-07-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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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대비 30% 증가
이동제한 여파에 우울증 치료·재활프로그램 차질

▲미국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 추이. 단위 1000명. 2020년 9만3331명. 출처 블룸버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했던 지난해 미국 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 가려진 미국 사회의 이면이 드러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국립보건통계센터(NCHS)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총 9만333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다 규모다. 일 평균으로는 256명, 매시간 10.6명이 지난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셈이다. 1999년 이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은 450% 증가했다.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는 1970년 7200명, 1988년 9000명 수준이었지만 사망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블룸버그보건대학의 브렌던 살로너 교수는 “이 문제를 다루는 의료진에게도 놀라운 수치”라면서 “공중보건의들이 이 문제의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약물 과다 복용 사망 급증이 코로나19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격리 조치나 이동제한 등으로 인해 우울증 등 정신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고, 기존에 앓고 있던 약물 중독 등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증상이 악화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미국 내 자살 시도 건수가 늘었다. 특히 지난해 자살 시도로 인한 10대 여성의 입원 건수가 전년 대비 51% 급증해 미국 내 사회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파도 직접 병원을 가지 못하고 원격 의료시스템으로만 치료를 대체해야 하는 경우 많았다.

방역 지침에 따라 사람들이 고립되는 바람에 약물치료 재활 프로그램이나 이들을 지원하는 이동 진료소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중독자들을 홀로 남겨둔 것이 사망자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CDC에 따르면 지난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중 약 4분의 3 가까이가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를 포함한 처방전을 받은 진통제 과다 복용이었다. 수로 따지면 6만9710명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사망자로 인해 가려진 암울한 수치”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을 강타하면서 마약 등에 대한 약물 중독은 국가의 통제가 닿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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