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삼면이 바다고 자원이 풍족한 나라

입력 2021-07-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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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립 정치경제부 부장대우

고등학생 시절 소니, 파나소닉 워크맨(카세트)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용돈을 모아 파나소닉 워크맨을 샀을 때의 기분을 아직 잊을 수 없다. 샤프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과 함께 배터리도 참 인상적이었다. 직사각형 모양의 이차전지는 워크맨의 공간 활용을 최적화하면서 휴대하기 편한 얇고 작은 크기의 워크맨을 완성했다. 당시 AA 모양의 이차전지만 봤던 터라 직사각형 모양의 이차전지가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소형 이차전지는 휴대전화의 대중화, 대형이차전지는 전기차의 성장과 함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단순 가정용에서 수송용(전기차), 발전용(연료전지 발전소) 등 이차전지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규모는 2020년 461억 달러에서 2030년 3517억 달러로 8배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이차전지 글로벌 시장을 한·중·일 삼국이 분할하고 있다. 점유율은 한국 44.1%, 중국 33.2%, 일본 17.4%. 실로 이차전지 삼국지다.

최근 정부가 2030 이차전지 산업(K-Battery) 발전 전략을 내놨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가 인간의 머리라면 이차전지는 인간의 심장입니다”라는 말로 이차전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차전지는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등 미래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이차전지 삼국지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뒤처지지 않는다. 에너지밀도는 삼국이 250∼300Wh/㎏으로 유사하다. 가격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지만, 중국이 경쟁력 우위다. 생산성은 한·일·중 순으로 우수하다.

이차전지 패권을 거머쥐기 위해 가격 경쟁력과 함께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가 있다. 소재, 원재료 등의 높은 해외 의존도다. 4대 소재의 해외 의존도는 양극재 47.2%, 음극재 80.8%, 분리막 69.5%, 전해액 66.2% 등 높은 편이다. 원재료 역시 이차전지용 리튬 수요가 2027년 743만 톤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소재·원재료는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민간이 해외 소재광물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정부는 해당 사업의 사업성, 타당성, 법률·제도 등 기초조사와 함께 융자, 컨소시엄 구축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EU 등 수요산업 기반을 갖춘 국가들과 다자·양자 교류채널을 통해 정보·기술협력 강화, 산·학·연 공동 프로젝트 발굴도 추진한다.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국내 조달도 중요하다. 직접 우리 땅에서 채굴하는 건 어렵겠지만 기존에 사용한 뒤 성능이 떨어지는 배터리에서 원재료를 추출해 다시 사용하거나 떨어진 성능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등의 재사용·재활용 방안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최근 철광석 국제시세 폭등에 따른 철강, 조선 등 우리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우리나라의 수식어 중 ‘삼면이 바다이고 자원이 풍족한 나라’라는 말이 생각났다. 삼면이 바다인 건 객관적 사실이다. 자원이 풍족한 나라엔 수긍이 안 간다. 사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이차전지 원재료와 소재도 부족하다. 하지만 기술력으로 2030년 이차전지 세계 넘버 1이 되기 위한 전략을 내놨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원재료·소재 등의 공급선 다변화와 함께 자급능력도 꼭 갖춰야 한다. 그 자급능력이 바로 사용 후 이차전지 재사용·재활용이다. 이를 통해 이차전지 앞에 K란 수식어가 당당하게 붙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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