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만, 양안 관계 긴장 속 민간기업 통해 백신 확보…“실리 챙겼다”

입력 2021-07-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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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싱, 대만 TSMC·폭스콘과 1000만 회분 백신 판매 계약
대만 정부, 우회적 백신 확보 통해 숨통…명분도 챙겨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한 시장에서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용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연합뉴스
백신 부족에 시달리던 대만이 자국 대기업을 통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000만 회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제약사 푸싱의약그룹은 대만 TSMC와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의 창업자 궈타이밍 측과 총 1000만 회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의 계약 금액은 총 3억5000만 달러(4012억4000만 원)에 달한다. 계약 당사자는 푸싱의약그룹의 자회사인 푸싱실업, TSMS, 폭스콘, 융링교육자선기금회, 다국적 의약품 유통회사 쥴릭파마 등이다.

이에 따라 상하이 푸싱의약그룹이 대만 내 독점 공급권을 가진 화이자·바이온테크 백신이 대만에 공급되게 됐다. 푸싱의약그룹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의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대만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다.

구체적인 시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푸싱실업이 구매자 측이 위임한 쥴릭파마에 백신을 판매하고, 훙하이와 TSMC 측이 이를 받아 당국에 전량 무상 제공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번 백신 계약으로 심각한 백신 부족에 시달리던 대만은 숨통이 조금 트이게 됐다. 전체 인구 2360만 명의 대만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아직 10% 남짓에 그치고 있다.

대만은 그동안 관계가 깊은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각 200만 회분의 백신을 받는 등 총 700만여 회분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번에 중국에서 입수한 백신은 양측에서의 지원량을 크게 웃돈다.

이번 경우처럼 중앙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백신 계약에 직접 나서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이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악화 속 대만 정부 주도의 백신 도입이 어려움을 겪은 데 따른 것이다.

대만 당국은 지난해부터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대량의 백신을 조달하는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올해 1월 교섭이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대만 측은 이 배경에 대해 중국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이처럼 복잡하게 꼬여버린 양안 관계 속에서 민간기업이 직접 나서서 움직이게 된 것이다. 궈타이밍 창업자는 그간 중국 본토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던 만큼 현지에 잔뼈가 굵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도 지난달 그가 당국을 대신해 백신 조달 협상을 직접 진행하는 것을 인정했다.

이러한 우회적 백신 공급 전략을 통해 대만 정부는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부족한 코로나19 백신을 대량으로 확보했음은 물론, 중국 정부로부터 직접 백신을 구하지 않았다는 명분까지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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