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푹 빠진 전자업계…전담 조직 만들고, 협업은 가속화

입력 2021-07-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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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가우스랩스'·LG 'AI 연구원' 등…산업 AI 선두주자 쟁탈전 '치열'

▲SK그룹 산하 AI 연구조직 '가우스랩스'는 출범 10여개월 만에 20여 명의 전문 인력을 유치했다. 사진은 가우스랩스 홈페이지 내 팀 소개 페이지. (사진출처=가우스랩스)

전자업계가 기술 개발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인공지능(AI)을 낙점하고 관련 분야를 고도화하는 데 열심이다. ‘AI 싱크탱크’를 사외에 만들고 전략 기지로 삼는가 하면, 공정 과정에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5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삼성, LG, SK 등 전자업계 계열사를 둔 주요 기업은 최근 1~2년 사이 AI 전담조직을 만들고 조직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SK그룹 내에선 가우스랩스(Gauss Labs)가 지난해 9월 출범한 이후 10개월 만에 20여 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갖췄다. 미국, 국내 사무소를 연달아 개관한 뒤 올해 말까지 두 지역에서 50여 명까지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계획이다.

AI 솔루션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개발(R&D) 조직엔 아마존 출신, R&D 조직에서 개발한 AI 솔루션을 제품화하는 PMO 조직은 SK하이닉스와 인텔을 거친 인재를 각각 배치했다.

지난해 말 문을 연 LG AI 연구원도 올해 말까지 100여 명 인재 확보를 목표로 조직 덩치 키우기에 한창이다. 별도 인사·조직 시스템을 갖추고, 파격적인 연봉을 제안하는 등 주력 인재 영입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반년 만에 10개에 달하는 AI 관련 논문을 펴내는 등 연구 실적도 활발하다. 지난달 말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와 국제 컴퓨터 비전 재단(CVF)이 주최하는 글로벌 딥러닝 콘퍼런스 CVPR 2021에도 참가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출범한 삼성리서치 산하에 AI 총괄센터를 설립하며 AI 연구 신호탄을 쐈다. 이후 현재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 7개 AI 연구센터를 개소했다.

주요 기업의 싱크탱크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실제 공정이나 개발에 AI를 도입하기 위한 협업도 가속하고 있다.

가우스랩스는 1년 넘게 SK하이닉스 제조·기술 산하 AI·DT 솔루션 개발팀, 데이터 아키텍처 팀 등과 협업을 진행해왔다. 긴밀한 연결을 위해 SK하이닉스 산하에 ‘카운트파트’(counterpart·상대) 조직도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웨이퍼 이미지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불량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AIMS(Automatic Image Metrology for Semiconductor) △공정에 이상이 생겼을 때 각 공정이나 장비의 문제 발생 가능성을 기계학습으로 분석하는 SPC(Statistical Process Control) 등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7일 오전 LG AI연구원 출범을 기념하며 진행한 온라인 출범행사에서 LG AI연구원 이홍락 CSAI (Chief Scientist of AI, 최고 AI 사이언티스트)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LG AI 연구원에선 하반기 전 산업에 적용 가능한 '초거대 AI'를 공개할 전망이다. 이 시스템은 1초에 9경 57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초거대 AI가 상용화되면, 각 계열사의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분석, 고객 상담 등 적재적소 분야에 녹아들어 일하는 방식에 혁신을 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자업계가 AI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는 다른 산업 분야와는 달리 아직 선두주자가 없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품 제조·개발에 사용되는 산업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오차 없이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난제를 품고 있다. 개발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빠른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내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전자업계 주요 제품의 제조 기술이 점점 정교화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는 머리카락 한 올 수준의 미세선폭 경쟁에 들어섰고,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고해상도 제품 증가에 따른 패널 설계 난도가 월등히 높아졌다. 이때 AI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인간의 힘으론 발견하기 어려운 작은 오차들도 빠르게 잡아내 고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내에선 AI 개발팀이 꾸려지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라며 "AI 전담조직은 그보다는 조금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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