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관 "투기판 돼선 안 된다"고 외쳤지만 증산4구역 현장은 이미…

입력 2021-06-30 17:2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입주권 기준일 수정에 우르르
주민·실수요자·중개업소 허탈

▲정부가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인 서을 은평구 증산4구역은 가파른 언덕, 부서진 계단, 통행이 불편한 좁은 골목길로 인해 개발 기감이 높은 곳이다. (박민웅 기자 pmw7001@)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추진 현장이 투기의 장이 돼선 안 된다. 디벨로퍼나 현금이 있는 이들에게 개발이익이 사유화가 돼선 절대 안 된다."(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현금청산일이 조정되면서 3주 동안 빌라 매매시장에 불이 붙었다. 2억5000만 원짜리 주택이 6억~7억 원까지 갔다. 여기서 부동산을 20년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서울 은평구 증산동 G공인 관계자)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30일 방문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하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인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은 장관의 우려에도 이미 투기판이 돼 버렸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이런 투기 바람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자가 노 장관에 앞서 29일 찾은 증산4구역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2~3주 간 매도인(집주인)들이 부동산끼리 경쟁을 붙여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시장을 혼란하게 만든 것은 현금청산일이 기준이 늦춰져서다. 애초 정부는 2·4 공급 대책 발표 당시 도심 개발에 투기세력이 유입되는 것을 우려해 대책 발표일인 2월 4일을 입주권 기준일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는 비판이 일자 이달 15일 국회는 일 '공공주택법 개정안' 수정 의결에 따라 입주권 기준일을 '국회 본회의 의결일'(6월 29일)로 늦추겠다고 밝혔다.

▲증산4구역 위치도

그러자 도심 개발지 부동산시장은 들썩였고, 증산4구역 역시 빌라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증산4구역에서 20년간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현금청산일 기준이 늦춰지면서 최근 며칠 새 빌라 매입을 통해 입주권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렸다. 그 새 매매값이 1억~2억 원은 훌쩍 뛰더라"며 "막상 실수요자들은 돈이 없으니깐 사고 싶어도 못 산다. 결국 현금 부자들만 몰려서 다 사 갔다"고 전했다.

증산4구역 내 M공인 관계자도 "연락도 많이 오고 매매도 많이 이뤄졌다. 약 2주 동안 30곳 정도 거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막상 호가를 지나치게 올린 매물은 팔리지도 않았다"며 "2월 전까지 거래가 하나도 안 됐다가 현금청산일 기준이 밀리면서 반짝한 거다. 이제 여기 부동산들 다시 굶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서울 은평구 증산동 G공인 관계자는 "현금청산일이 조정되면서 3주 동안 빌라 매매시장에 불이 붙었다. 2억5000만 원짜리 주택이 6억~7억 원까지 갔다"며 혀를 내둘렀다. (박민웅 기자 pmw7001@)

이를 반영하듯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5일부터 29일까지 증산4구역에서 체결된 주택 거래는 총 39건이었다. 2~3곳을 제외한 대다수 주택이 5억~7억 원대에 매매가 체결됐다.

노 장관은 이날 증산4구역 지역주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가) 투기의 장이 돼선 안 된다"며 "공동체 지역에 살던 주민들이 피해를 보거나 내몰림되면 안 된다. 그런 공공개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산4구역은 이미 투기의 현장이 돼버렸고,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었다. 기자를 만난 증산4구역 주민은 "워낙 낙후 지역이라 어떻게든 서둘러 개발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미 투기꾼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집을 샀는데 기존에 집을 갖고 있던 주민들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